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었다.

 

어린 나이에 가해진 잔혹한 수술로 웃는 얼굴을 가지게 된 남자, 그윈 플레인.

 

기구한 운명이었으나

가난과 매서운 추위에도 굴하지 않던 그가,

상류사회의 맹독같은 비웃음에 쓰러지고 말았다.

 

자비없는 자연보다 교양있는 인간들이 더 무섭단 말인가.

 

이 소설이 나를 사로잡은지라

우리의 주인공 그윈 플레인을 그리고 싶었다. 

아, 아직은 나의 표현력이 너무 많이 모자라다. 

 

그림도구 : Procreate

5월-9월에 읽은 책들

오랜만에 읽은 책 정리합니다.

지난 여름은 평소에 비해 책을 많이 읽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간 여행을 세 차례나 다녀왔으니, 책읽기 못지않게 귀한 시간을 보내긴 했네요.^^

가을에 접어드니(제가 사는 곳은 거의 겨울입니다. ㅠㅠ) 날씨도 쌀쌀하고 해도 짧아져서 쉽사리 우울 모드가 되네요.

지난 여름 여행도 추억하고, 새로운 책들도 읽으면서 지속적으로 활기를 유지해야겠습니다.

그럼 지난 5개월간 읽은 책들 리스트를 올려봅니다.

이 기간 동안 32권밖에 못 읽었으니, 2018년 남은 기간 동안에는 무조건 열독!!!

 

문학

01. 어둠의 속, 조셉 콘래드 저, 이덕형 역, 문예출판사, 2010

02. 야성의 부름, 잭 런던 저, 권택영 역, 민음사, 2010

03. 모빠상 단편집, 기 드 모빠상 저, 이형식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15

04. 모래 사나이, E.T.A. 호프만 저, 황종민 역, 창비, 2017

05.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저, 난다, 2018

06.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저, 컬처그라퍼, 2018

 

책읽기/글쓰기

07.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권의 책, 조 퀴넌 저, 이세진 역, 위즈덤하우스, 2018

08.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저, 북스톤, 2018

09. 쓰기의 말들, 은유 저, 유유, 2016

10.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저, 메디치, 2018

11.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정혜윤 저, SISO, 2018

12. 읽으면 진짜 글재주 없어도 글이 절로 써지는 책, 우에사카 도루 저, 장은주 역, 위즈덤하우스, 2018

 

인문/사회

13. 심리 조작의 비밀, 오카다 다카시 저, 황선종 역, 어크로스, 2016

14. 발상, 이리스 되링. 베티나 미텔슈트라스 저, 김현정 역, 을유문화사, 2018

15. 지식인의 옷장, 임상민 저, 웨일북, 2017

16.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저, 이영래 역, 더퀘스트, 2018

17.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저, 김명남 역, 열린책들, 2016

18. 옳고 그름, 조슈아 그린 저, 최호영 역, 시공사, 2017

 

여성

19.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이진송 저, 프런티어, 2018

20.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박선화 저, 메디치미디어, 2018

 

인간관계

21.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양창순 저, 다산북스, 2016

22. 위험한 심리학, 송형석 저, RHK, 2018

 

과학

23.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강양구 외 저, 바틀비, 2018

24.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브라이언 크리스천.톰 그리피스 저, 이한음 역, 청림출판, 2018

25. 던바의 수, 로빈 던바 저, 김정희 역, arte, 2018

26. 열두 발자국, 정재승 저, 어크로스, 2018

27. 과학이라는 헛소리, 박재용 저, Mid, 2018

28. 늙어감의 기술, 마크 E. 윌리엄스 저, 김성훈 역, 현암사, 2017

29. 뇌를 읽다, 프레데리케 파브리티우스, 한스 하게만 저, 박단비 역, 빈티지하우스, 2018

 

그리기

30. 그림 그리고 싶은 날, munge 저, 예담, 2012

31.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 munge 저, 아트북스, 2013

32.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상업 일러스트, 마이자 저, 길벗, 2015

 

이 중에 몇 권만 추천을 하자면, 우선은 “면역에 관하여”를 꼭 추천하고 싶어요. 내용도 좋지만, 어떤 주제로도 글을 수려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엔,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꼽고 싶은데요, 내용이 아주 새롭고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내용으로 구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지 알고 싶으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그 외에도 “열 두 발자국”, “사소한 부탁”을 추천합니다.

시에 문외한이지만, “사소한 부탁”을 읽고 나니 시심이 생긴 듯 합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순수해진 느낌.

마지막으로 저는 “옳고 그름”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솔직히 쉽게 읽히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나니 제가 무언가를 결정하는 순간마다 엄청나게 영향을 미치네요. 완전히 공리주의자가 된 것 같지는 않은데, 때때로 공리주의적 사고를 하려는 제 자신을 봅니다.

이상으로 책 목록 정리를 마칠게요.

모두 아름다운 10월을 사시기 바랍니다!!!

“면역에 관하여”를 읽고

이 책은 면역이라는 의학적 주제를 다룬 책이다. 그렇지만 의학책은 아니다.
면역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사실적 정보들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여러 가지 은유로 받아들인다. 질병과 백혈구, 병든 그들과 건강한 우리,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과 아름다운 자연, 적군과 아군, 필멸과 불멸 등의 은유. 그 은유에서 나와 우리, 백혈구와 자연은 언제나 건강을 대표한다. 반면, 세균, 그들, 화학물질 등은 건강하지 못한 것들로,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이 된다.

저자는 자신이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면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변의 백인 중산층 부모들이 갖는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보고, 이 두려움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인문, 사회, 역사, 문학적인 차원에서 조사하고 숙고한다. 저자는 백신을 두려워하는 그들을 비난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외부에서 오는 것에 대해 일반적인 인간이 갖는 두려움의 근원을 찾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리고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책은 아킬레우스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인간이기 때문에 필멸해야하는 운명이지만 그의 어머니는 스틱스 강에 그의 전신을 담가, 그를 불멸의 몸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손으로 잡았던 발목에는 강물이 닿지 않았고, 결국 그는 발목에 독화살을 맞고 죽음에 이른다. 이 신화에서 그리듯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는 필멸성에 두려움을 갖는다.

백신이 등장한 초창기에는 외부물질이 몸 속에 주입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외부물질은 침해와 타락과 오염을 암시했다. 현대에도 우리는 백신이 질병을 예방한다는 믿음보다는 백신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낀다. 이는 백신의 내용물이 화학성분이며, 화학성분에서 독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독성에 대한 두려움은 이전에 오물에 대해 가졌던 두려움의 변형이다. 오물에 대한 두려움은 도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즉, 내가 도덕적으로 잘 살면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위기이다. 이것이 변형되어 나타난 독성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나 스스로 건강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즉, 조심스럽게 살면서 타인과의 접촉을 제약한다면 질병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질병은 남들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침투성은 내 편과 네 편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먹고 먹히면서 살고 있다.
1897년에 출간된 드라큘라에는 이러한 은유로 가득 차 있다. 드라큘라는 타락한 존재이고, 내 몸에 이빨을 꽂는 존재이며, 영국으로 들어온 외부인이다.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만 드라큘라인 것은 아니다. 수혈 받고 치료받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드라큘라가 된다.

물론 사람들이 백신을 거부하는 데에는 자기 몸은 자기가 다스리고 싶다는 의지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각자에게 속한 것이지만, 동시에 더 많은 몸으로 이루어진 더 큰 몸 속에도 속한다. 우리 몸은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이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몸속 미생물 정원을 가꾸다>라는 기사를 소개한다. 몸은 이질적이고 낯선 것이라면 모조리 공격하는 전쟁기계가 아니다. 우리가 적절한 환경에서 다른 많은 미생물과 함께 균형을 이루어 살아가는 정원이다. 몸의 정원에서 우리가 제 속을 들여다볼 때 발견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타자다.

마지막 부분은 볼테르가 쓴 캉디드의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 된다.
“우리는 정원을 가꿔야 한다.”
우리의 삶이 필멸하리라는 것을 깨달을 때, 개인적인 노력만으로는 질병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알 때, 즉, 우리가 더 이상 낙관적이지 않을 때, 저자는 우리가 가꾸는 정원이 세상으로 부터의 도피처가 아니라 세상을 가꾸는 장소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개인적으로 집단 면역이 사회적으로도 또 개인적으로도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저자의 생각에 많은 부분 공감하며 읽었다.
면역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지만, 그 동안 사용된 면역에 대한 은유가 나와 질병의 관계 뿐 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동일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놀라움을 느꼈다. (질병을 외부로부터 오는 어떤 것으로 여길 때, 외국인에 대해서도 배타성을 갖게 되는 것 등)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의 주장대로 우리의 태도는 우리가 사용하는 은유에 큰 영향을 받는 듯 하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대로, 면역을 외부의 적에 대항하는 전쟁 상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정원으로 봐야하는 것이다.
그 은유가 점점 확장된다면, 국경의 의미가 점점 옅어져가는 현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평화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길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야성의 부름”을 읽고

오늘 아침엔 ‘포토 에세이쓰기’ 코치님께서 김춘수 시인의 “꽃”을 리드문으로 올려주셨어요.
예전부터 참 좋아하던 시였죠.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애송하는 시가 아닐까 싶어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시에 나오는 시구처럼,
우리 모두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꽃이 될 수 있는 존재인가 봅니다.
어쩌면 꽃은 비유적인 의미이고, 실제로는 말 그대로 이름을 불리운 자만이 그 사회 혹은 그 집단 혹은 친구사이 혹은 사랑하는 자들 사이의 한 성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되겠지요.
호칭이라는 것은 혼자 있을 때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요.

오랜만에 김춘수님의 꽃을 읊조리다 보니 며칠 전에 읽은 “야성의 부름”이 생각나네요.

문명사회의 화목한 가정 내에서 반려견으로 사랑 받으면 살아가던 개 ‘벅’이 어떻게 납치당해 썰매개가 되었는지, 썰매개로 살면서 어떻게 옛 시대의 야성을 회복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늑대들의 부름에 응답하여 인간 세상을 떠나 늑대들의 우두머리인 유령개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벅이 야성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여전히 인간 사회 내에 존재하는 개로만 머물렀을 것입니다. 비록 그가 몸 속에 야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하더라도요.
하지만 벅은 야성의 집요한 부름에 응답하였고, 인간 세상에서 태어났으나 그 세상을 버리고 원래 태고 적에 자신이 속하였던 집단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은 걸까요?
이런 책은 어렸을 때 읽었어야 했는데, 반백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걸 읽고는 나의 야성은 왜 진작 나를 부르지 않았을까. 하고 의문을 갖게 되네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야성이 부른다면 갈 수 있을까.
거기에 바로 예. 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건강한 신체와 강인한 정신을 가진 자만이 야성의 부름에 응답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벅처럼 강하지 않았던 썰매 개들은 문명과 야생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썰매 개 사회에서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는데, 야생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허약한 자들을 위해서는 문명사회가 더 인간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에 또 생각을 하다 내린 결론은, 이미 야생에서 살 수 없는 몸과 마음을 가진 나는 문명사회의 부름에 응답하는 삶을 살기로 하자. 였습니다.^^

해설을 보니 벅을 니체의 위버멘쉬(Übermensch)와 비교하기도 하던데, 저는 보통사람인, 그냥 멘쉬(Mensch)로 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니체가 비판한 최후의 인간(der letzte Mensch)에서는 벗어난 존재이고 싶네요.

4월에 읽은 책들

4월에 읽은 책들을 정리해 봅니다.
4월 제가 사는 곳에서는 햇살 좋은 날이 너무 많았어요.
독서의 최대 적은 좋은 날씨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읽었습니다.
5월이 되면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점점 더 많이 줄어들 거 같아서요.^^

문학

01.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저, 김상훈 역, 열린책들, 2009

http://kimchoi.com/wordpress/?p=702

 

글쓰기

02.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우치다 다쓰루 저, 김경원 역, 원더박스, 2018

http://kimchoi.com/wordpress/?p=693

 

03. 글쓰기 비행학교, 김무영 저, 씽크스마트, 2014
04. 에세이 비행학교, 김무영 저, 씽크스마트, 2015

인문

05.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이현우 저, 마음산책, 2017

http://kimchoi.com/wordpress/?p=717

 

자기계발/인간관계

06. 거절당하지 않는 힘, 이현우 저, 더난츨판사, 2018
07. 게으름도 습관이다, 최명기 저, 알키, 2017
08.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유은정 저, 21세기북스, 2016

 

과학/기술

 

09.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데이비드 헬펀드 저, 노태복 역, 더퀘스트, 2017
10. 우연의 설계, 마크 뷰캐넌 외 저, 마이클 브룩스 엮음, 김상훈 역, 반니, 2017

11.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정모, 바틀비, 2018

http://kimchoi.com/wordpress/?p=708

 

12. 블록체인 무엇인가?, 다니엘 드레셔 저, 이병욱 역, 이지스퍼블리싱, 2018

http://kimchoi.com/wordpress/?p=739

 

4월에는 책을 읽고 감상문 적어 둔 것도 많고, 또 요약해 둔 것도 있어서 링크 주소 함께 올립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겨울처럼 할 일 없어 책을 붙잡고 지내지는 못하겠지만, 삶을 즐기는 중간 중간 독서도 잊지 않고 싶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