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

이 사진은 몇 년 전 고슬라라는 도시에 놀러갔다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조각품 사진입니다.
어. 어디서 많이 보던 작품 같은데…. 보테로의 그림이랑 비슷한데… 하고 생각했죠.
작품 밑에 붙어 있는 명패를 보니, 정말로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림만 그리시는 줄 알았는데….

보테로는 인물들을 풍만하게 그리는 걸로 유명하신 남미의 예술가이시지요.
세계적인 유명 회화들을 자신의 스타일로 패러디하기도 하구요.
아마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본인 스타일로 풍만하게 표현한 그림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겁니다.

그 전에는 이 분 그림만 봤었는데, 이렇게 조각으로 보니 그 볼륨감이 더 대단하더군요.
이분은 사람들을 일부러 뚱뚱하게 그리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색을 활용할 공간을 확보하고 형태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규모를 키웠을 뿐이라고 하셨다죠.

이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신 분들 존경합니다.
오죽하면 예술에 문외한인 저 조차도 지나가다 슥~ 봤는데도, 어. 보테로 작품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겠어요.

이 분과의 대척점에 서 있는 분이라면, 아마도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아닐까 싶어요.
보테로가 사람을 풍만하게 표현했다면, 자코메티는 하염없이 가느다란 인간 조각을 만드셨으니까요.

철사처럼 앙상한 조각을 보면 자코메티가 생각나고, 고무 풍선처럼 풍만한 조각을 보면 보테로가 떠오르는 것.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자기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갖는다는 것은.

 

자기를 응시하기

오늘도 작년 여름 여행 때 사진을 올려볼게요.
요즘은 동네 산책을 제외하고는 집에만 있는 날이 많아, 새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네요. ㅜㅜ

이번에 소개할 사진은 작년 6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방문했을 때 찍어 온 사진들입니다.
이 미술관에는 여러 시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긴 하지만, 핵심은 역시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들입니다.
특히, 렘브란트의 작품들이요.

렘브란트는 유독 자기의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고 해요.
미술관에는 자화상 중 몇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찍은 것은 두 작품입니다. 하나는 22세 때의 젊은 렘브란트, 그리고 또 하나는 55세 때의 렘브란트입니다.

여기에서 고흐가 생각나는 것은 당연지사겠지요.
고흐도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고 하지요.

고흐는 모델에게 줄 비용이 없어서 자기 얼굴을 그렸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고흐나 렘브란트나 자기 얼굴을 응시하면서 인간에 대해 배우고 새로운 기법을 연습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를 제대로 응시할 수 있어야 타인도 제대로 응시할 수 있으니까요.
자기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경우, ‘나는 맞지만 너는 틀리다’가 될 확률은 얼마나 높아지게 될까요?

(카셀 도큐멘타 14) 보따리

이번에도 작년 가을 Documenta14 방문 시 만났던 작품 하나를 소개해 볼게요.
방문 첫날, 행사의 주 전시관인 Fredericianum에 들렀었습니다.
워낙에 전시된 작품 수가 많아 바쁘게 돌아다니던 중, 눈에 친숙한 사물이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작가 역시 한국분이셨습니다.

보따리 작가로 유명하신 김수자 님의 작품이었고요, 제목도 보따리(Bottari)였습니다.
보따리로 사용된 천이 이불 천이라서 사이즈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오래되어 안 입는 옷들이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보따리라고 하면, 자기가 살던 곳을 피치 못하게 떠나야 되는 상황이 떠오르죠.
보따리 안에는 당장 없으면 안 되는, 정말 필요한 것들만 챙겨야하고요.

작년에는 유럽전체에 ‘난민’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 바로 난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도 난민수용에 대한 의미를 작품에 담으셨겠지요.
집을 떠나야만 하고, 짐을 꾸려야만 했던 사람들의 절실함을요.

의미도 의미였지만, 조형작품 그 자체로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원색의 커다란 보따리들이 하얀 건물 벽이나 하얀 바닥과 대조되어 놓여있는 게, 구조상으로도 아름다웠다고나 할까요.

바느질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천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그냥 지나치게 되질 않네요.
부드러움, 따스함, 감쌈, 연결 지음 등등 제가 선호하는 가치들과 딱 맞아떨어지는 재료가 바로 천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카셀 도큐멘타 14) Parthenon of Books

 

이번에도 카셀 도큐멘타에서 만난 작품을 소개해 볼게요.

도큐멘타 행사의 주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 (Fridericianum)건물 맡은 편, 프리드리히 광장에 엄청나게 큰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 구조물은 바로 아르헨티나 작가인 Marta Minujin의 대형설치 작품 “책의 파르테논 신전(Parthenon of Books)”이었습니다.

너무 커서 보지 않을 래야 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실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처럼 그 크기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설치물은 철근으로 신전의 구조물을 세우고 각 원주와 지붕의 표면에 책들을 투명한 플라스틱에 넣어 비닐로 랩핑을 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붙어있는 책들은 한 때 금서로 분류되었던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는데, 이 수많은 책들은 모두 시민들에게서 기증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그냥 봤을 때는 책들이 붙어있는 건지 몰랐어요. 그냥 색색의 점들은 뭐지? 하고 다가가다 보니 다 책이더라구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신전 안에 들어가서 본 모습도 그렇구요. 철골의 형태가 다 보이는데도 차갑다 딱딱하다가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책이라는 종이의 묶음들이 주는 허약함에서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 것 같았어요.
책이라고 하는 종이 다발은 얼마나 가볍고 약한가? 그러면서도 모든 독재자들이 무서워 할 정도로 강하기도 하구요.

아테네 신전 형태를 함으로써 아테네에서 시작된 고대 민주주의의 상징을 드러내고, 또 금서들만 전시함으로써 언론 탄압에 대한 저항을 표시하고, 밤에는 이 구조물에 불을 밝힘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은 누구도 지배할 수 없고, 스스로 밝게 빛남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현대 작가들은 아름다움 그 자체만 추구한다기 보다는, 작품 안에 사회성, 정치성 등을 드러내어 예술과 사회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독일 스타일이 정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카셀 도큐멘타 14) Check Point Sekondi Loco

(*이번 주부터 포토 에세이 과정을 등록해서 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올린 글들 블로그에도 올려봅니다.)

최근에 찍은 사진이 별로 없어서 당분간은 예전에 찍어둔 사진들을 가지고 글을 써 보려고 해요.
작년 가을에 독일 카셀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현대미술축제인 도큐멘타 14 (Documenta 14) 에 다녀왔어요.
거기에서 작품 사진들을 많이 찍어왔는데, 사진만 찍어 놓고 도통 정리를 못했네요.
이게 무슨 작품이었더라?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요.
모두 잊어버리기 전에, 그리고 포토 에세이 쓰기의 기회를 빌어 몇 가지 사진들을 풀어 볼까 합니다.

 

우선은 Check Point Sekondi Loco 라는 작품을 소개합니다. 이 작품은 가나의 예술가 Ibrahim Mahama가 만든 것으로, 카셀에 있는 옛 검문 초소 두 곳을 부대자루로 씌워 놓은 것입니다.
Christo라는 예술가가 이미 세계의 유명 건물을 천으로 씌운 바 있기 때문에 크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이 작품만의 의미라고 한다면 여기에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건물을 씌운 부대자루에는 세계화된 경제체제에 대한 상징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이 부대자루는 아시아에서 제작되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것입니다. 작가의 고향인 가나에서는 이 자루에 카카오, 커피, 쌀, 콩, 목탄 등을 담아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을 합니다. 따라서 이 자루에는 세계무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대자루들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꿰매었다고 하는데, 그 구성원의 대부분은 다른 나라에서 온 난민들이었다고 합니다.
현대 미술에서는 제작과정에서부터 이미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대자루로 포장된 이 검문 초소 건물은 헤센 주 박물관과 헤센 주 행정법원으로 사용되는 곳인데, 이렇게 포장이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박물관과 법원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예술 작품 안에서 관람을 하고 또 근무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요?
나도 예술작품의 일환이 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내일 새로운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다면 그 사진을 가지고 글을 써 보겠지만, 새로운 사진이 없으면 다른 작품들을 또 소개해 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