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불거 ( 내가 그들을 멀리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유)

여성의 인권이 거의 바닥이었던 조선시대.
칠거지악을 행한 부인에 대해서 유교적 가치를 들먹이며, 남편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세 가지 경우에는 이혼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부인이 다시 돌아갈 곳이 없는 경우, 결혼 후 살림이 핀 경우, 부모의 삼년상을 함께 치른 경우. 이 세가지 경우를 삼불거라고 했다.
물론 부인에게는 이혼 청구권 조차 없었을 것이다.

서설이 장황했다.
조선시대 이야기를 하려던 것이 아니다.
나에게도 일불거(삼불거가 아니라)가 있다는 걸 말하려고 어거지로 삼불거를 인용하였다.

나의 일불거, 즉 누군가를 멀리할 수 없는 한가지 조건은 바로 내가 아플 때 함께 있어 주었는가이다.

2012년 나는 아주 많이 아팠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여러날 입원을 하고 한달간 집에서 쉬어야했다.
그 때 직접적으로 내 옆에서 날 돌봐 준 사람은 물론 우리 남편이다.
이 분은 당연히 내가 죽을 때까지 가까이하며 지낼 것이다.(영원히 함께~~~)

그리고 또 한 그룹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날 모르겠지만, 그들은 내가 아플 때 간접적으로 함께해 주었다.
내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 나 때문에 일주일 넘게 출근도 못했던 남편도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아이는 학교에 가고, 나는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냈다.
그 때 내가 주로 듣던 음악이 빅뱅의 얼라이브 앨범이었다.
이 앨범은 내가 퇴원하던 날 출시되었고, 그 음악들은 가료 기간 나의 회복을 도왔다.
그 이후 나는 빅뱅의 광팬이 되었다.

2018년 멤버들이 줄줄이 입대를 하여, 당분간 빅뱅은 활동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며칠 전 “꽃 길”이라는 노래가 발표되어 마음을 약간 달래주고 있다.
멤버들이 다 제대를 하고 다시 활동하더라도 그 활동이 예전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빅뱅으로 돌아온다면 나는 그들을 계속 응원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일불거라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꽃 길 가사 중

“떠나려거든 보내 드리오리다
님이 가시는 길에 꽃을 뿌리오리다
그리워지면 돌아와 줘요
그때 또 다시 날 사랑해줘요
이 꽃 길 따라 잠시 쉬어가다가
그 자리 그곳에서 날 기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