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놓고 안 읽은 책들

2014년 조던 엘렌버그라는 수학자가 킨들의 스포트라이트 기능을 이용한 흥미로운 분석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베스트셀러 중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구입한 사람들이 그 책을 평균적으로 2.4%만 읽었다는 분석결과를 낸 것이다.

물론 이게 남 얘기가 아니다.
나도 “21세기 자본”을 어렵게 구입해 놓고 19p.까지 읽었으니까.ㅜㅜ
(그런데 저는 엘렌버그님 책 “틀리지 않는 법”은 다 읽었습니다. ㅎㅎ)

내 책장에는 이렇게 사 놓고 안 읽은 책들이 너무 많다.
어디 종이책 뿐일까. 전자책은 안 읽은 책의 숫자가 나를 위협할 정도이다.(무서워…ㅜㅜ)

이번 달에는 조금만 사야지, 조금만 사야지 하다가도, 무슨 무슨 포인트를 준다, 무슨 무슨 할인을 한다고 하면, 장바구니에 있는 애들을 마구 마구 결제해 대는 나를 발견한다.
스스로는 합리적 소비자라고 자부하는데, 이상하게 책 구입에는 합리성이 발휘되지 않는다.

그런데 살 때는 그렇게 절실해 보였던 책들이, 왜 방치된 것일까?
나름 생각을 해보았다.

첫째, 구입 당시 너무 재밌을 거 같고, 내용이 궁금해서 샀는데, 새로 나온 책들이 더 재밌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언젠가는 꼭 읽으리라)
둘째, 구입할 당시에는 나의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관심사가 약간 바뀌어서 흥미를 잃었다. (다시 관심을 갖게 될까)
셋째, 구입할 당시에는 책의 두께에 상관없이 호기롭게 구입하였는데, 두께에 기가 눌려 다 읽지를 못했다. (넘아야만 할 산인데…넘을 수 있을까)
넷째, 구입하고 보니 내용도 좋고, 관심사에도 맞는데, 글이 너무 난해하고 어려워서 다 읽지를 못했다. (이것도 넘어야 할 산. 산 넘어 산이네)
다섯째, 구입할 당시 책 제목이나 목차에 홀려서 샀는데, 읽다보니 내가 생각한 내용이 전혀 아니어서 읽기를 중단했다. (왜 샀을까)
여섯째, 친구들이 빌려주는 책들을 먼저 읽다보니, 내가 산 책의 순위가 밀렸다. (책 빌리는 데에도 욕심을 덜 부리자)

뭐… 그 외에도 핑계거리는 많을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대책이 절실하다.
앞으로는 사 놓고 안 읽은 책 중심으로 독서를 해야 할 듯하다. 물론 신간도 읽기는 해야겠지만. 구입도 자제하고. (천 삽 뜨고 하늘한번 보는 것처럼, 두 권 읽고 한 권 사기)

그러나 구입한 책 목록을 보다보면, 나 스스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기도 한다.
나의 관심사가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면, 내 사고의 변천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