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죽은 호랑이 전부가 가죽을 남기는 건 아닐테고, 죽은 사람들이 다 이름을 남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면에서는 맞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자주 다니는 주택가 길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단 인식하게 되면 특별해 보이는 대리석 명패가 벽에 붙어있는 집이 있다.
당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현재는 체코 지역의 작가인 프란츠 카프카가 요양차 베를린에 와서 몇 달간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십수년 가까이 그 거리를 다니는 동안 나는 그 명패를 보지 못했다.
약 2년 쯤 전에 친구가 카프카가 살았던 집이 이 길 어딘가 있다며 알려주었다.
그제서야 그 집 벽에 작지 않은 크기로 붙어있는 그 명패를 보게 되었다.
주변의 집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그 집에는 아마도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정작 카프카가 태어나고 살았던 도시 프라하에 갔을때는 카프카의 흔적을 주의깊게 보지 못했다. 카프카를 아직 모를때여서 혹은 함께 다니는 이들의 관심사가 달라서 그랬다. 카프카가 작업실로 쓴 집이 있다는 황금소로에 아주 잠깐 들른 기억은 나지만, 그 때에는 큰 감동은 없었다.

프라하에는 카프카 살았던 집이 있는게 당연하고, 본에는 베토벤, 잘츠부르크에는 모차르트, 바이마르에는 괴테의 집이 있는 게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베를린에 아주 잠깐 머물었던 집에까지 그의 이름을 붙여 놓은 건 정말 의외였고, 또한 감동적이기도 했다.

이름을 남긴다는 게 이런걸까?
한때나마 머물렀던 곳이라면 그 어디에나 이름이 남는다는 것.
카프카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그를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는데, 좋아하는 이의 흔적을 찾게 되면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때마다 그길을 들러본다.

하지만 젊어 병들어 죽은 당사자에게는 이름이 남는다는 게 아무 의미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름은 죽은 이의 명예라기 보다는 남은 이들에게 주는 선물일 것이다.
내가 죽어 내 이름을 타인들에게 선물로 남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이름은 감사한 맘으로 받는다.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도 그렇고 카프카도 그렇고
참 멋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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