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My Daily Life 일상경험하고도 경험하지 못하는

경험하고도 경험하지 못하는

“아까 머리 부딪친 데는 괜찮아?”
남편이 묻는다.
“머리? 무슨 머리? 내가 언제 머리를 부딪쳤어?”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얼굴로 남편을 본다.
“엄마, 아까 교회에서 발밑에 물건 놓다가 앞 의자에 머리 부딪쳤잖아. 엄청 크게 쿵 소리가 나서 아빠랑 나랑 쳐다보고 웃었는데…”
옆에 있던 아들까지 합세를 한다.
갑자기 화가 나려고 한다. 아니 이 사람들이!!! 내가, 당사자인 내가 머리를 부딪친 적이 없다는 데 왜 자기네 들이 난리야.
“야, 머리를 부딪쳤으면 머리가 아팠어야지. 나는 머리가 하나도 안 아팠거든! 그리고 내가 아니라는데 왜들 그래?” 내가 높고 화난 소리로 외쳤다.
“아… 엄마 정말….” 기가 차다는 듯한 아들의 표정에 잠깐 기억을 더듬어 본다.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느라고 머리를 숙인 기억은 난다. 하지만 머리를 부딪친 기억은 없는데….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그 장소에서 쿵 소리가 날 상황은 고개 숙였던 사람이 머리를 들다 가 부딪치는 상황 밖에 없다.

하긴…. 몸이 퍼렇게 멍이 들어 있어도 언제 어디서 생긴 멍인지도 모르고…
손이 따끔거려서 들여다보면 살이 베여있기도 하니까. 물론 언제 베였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고.

옛날부터 감각이 둔한 편이었다.
아주 옛날 일이긴 한데, 한번은 친구가 날 놀리겠다고 책상에 앉아 열심히 필기 중엔 내 머리를 뒤에서 책으로 쳤단다. 친구는 내가 언제 고개를 돌려 화를 내나 한참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리고 아주 한참 지난 뒤에 내가 물었단다. 너 왜 내 뒤에 그렇게 서 있어? 가서 앉지 않고.

감각이 둔한 건 이번 경우처럼 좋게 기능할 때가 있다. 머리를 공개적으로 부딪치고도 남들이 봤을까 부끄러워할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걱정이 들 때도 있다. 만약에 내가 범죄현장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면, 보아도 못 본 것 투성이여서 진술을 제대로 할 수 없을텐데….
나는 남들이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도 많은 경우에 기억을 못한다. 아주 오래 알고 지냈다거나 안경이 아주 특이하다면 기억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저 분은 안경을 썼다. 안 썼다. 마음 속에 저장하려고 노력할 정도.

아,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는 사람이 바로 나인가.
경험하고도 경험하지 못하는.
그래도 어쩌랴.
생긴 대로 살아야지. 범죄현장의 유일한 목격자가 될 일이 없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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