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에 읽은 책들

3월을 잘 참고 지냈더니 진짜 봄이 왔네요.
그동안은 마음이 구져진 신문지처럼 꼬깃꼬깃 안 좋더니, 요 며칠은 쫙 펴진 것 같습니다.
기쁜 맘으로 3월에 읽은 책 목록을 올려볼께요.

문학

1. 바깥은 여름, 김애란 저, 문학동네, 2017

겨울도 혹독하지만 여름도 역시 혹독하다.

2.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저, 박찬원 역, 문학동네, 2016

너무 문학적인 책이라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슬프고 아름답다. 불가촉 천민의 처지가 거미만도 못하다는 사실에 괴롭다.

 

글쓰기

3.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윌리엄 케인 저, 김민수 역, 교유서가, 2017

21명의 위대한 작가들의 글쓰기 기법을 소개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덕에 필독서들이 더 늘었다. 작가의 대표작들을 읽고 싶게 만드는 글쓰기 책.

4. 소설 쓰기의 모든 것 Part 1 : 플롯과 구조, 제임스 스콧 벨, 김진아 역, 다른, 2010

플롯의 기본원리 : 주인공, 목표, 대결, 완승을 절대 잊지 말 것. 소설 꼭 쓰고 싶다. 이 책 따라 쓰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착각이 아니면 좋을 텐데.

5.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한기호 저, 북바이북, 2017

6. 이젠, 함께 쓰기다, 김민영.최진우.한창욱.김은영.윤서윤 저, 북바이북, 2016

7. 이젠, 함께 읽기다, 신기수.김민영.윤서윤,조현행 저, 북바이북, 2014

8. 서평 글쓰기 특강, 김민영.황선애 저, 북바이북, 2015

위의 4권은 모두 3월에 숭례문 학당 글쓰기 과정에 등록하면서 알게 된 책들이다.글쓰는 삶을 살고 싶어서 책을 읽었다. 물론 글쓰기 과정 덕에 매일 글도 썼다. 글의 질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매일 글을 썼다는 점이다.

 

인문/사회/예술

9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오찬호 저, 블랙피쉬, 2018

시민들이여, 정치에 관심을 갖자.

10.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저, 동아시아, 2017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 이 책 너무 너무 추천하고 싶다.

11.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조지. 레이코프. 엘리자베스 웨흘링 저, 나익주 역, 생각정원, 2018

진보와 보수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질문 한 가지. 아기가 한 밤중에 울 때 안아 올리는가? 즉, 가족양육 모형을 엄격한 아버지 모형으로 그리는지, 자애로운 부모 모형으로 그리는지에 따라서 사회의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진보적 의견이나 보수적 의견을 지지하게 된다. 전작인 “도덕, 정치를 말하다”에서도 가족 양육모형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 책은 다소 학술적인 듯하여 읽기가 수월치만은 않지만, 이번 책은 대담집이라 읽기 편하다.

12.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도쿄.서울, 전진성 저, 천년의상상, 2015

프로이센 당시 독일의 국가 텍토닉 (기능이나 공학보다는 이념이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건축양식)이 어떻게 도쿄를 거쳐 일제 강점기 때 경성에 까지 이식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생소한 내용이라 몹시 흥미로웠다.

13. 로봇의 부상, 마틴 포드 저, 이창희 역, 세종서적, 2016

과학기술은 특이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가? 없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의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된다. 시민들이 생존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14.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박혜성 저, 글담출판, 2018

박물관의 도시 베를린에 살다 보니 미술작품을 관람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설명 없이 그림만 보면 뭐가 뭔지 뒤죽박죽인데,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감상했던 명화들이 그나마 머리 속에 잘 남아있게 된다. 그나저나 이 책은 정말 재밌다.

과학

15. 한국 스켑틱 Skeptic Vol.9, 바다출판사, 2017

스켑틱이 많이 밀렸다.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이번호의 한 문장. “현재로서는 동성애 보다는 동성애 혐오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만 과학과 정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동성애가 문제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가 문제란 이야기.

16. 과학하고 앉아있네 1 : 이정모의 공룡과 자연사, 원종우.이정모 저, 동아시아, 2015

어렸을 때도 관심 갖지 않았던 공룡인데, 이정모 관장님 덕분에 공룡한테도 관심이 간다.

이상 16권을 읽었습니다.
4월엔 봄 햇살이 독서를 방해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책 들고 나가 볼까나.

모네의 건초더미와 칸딘스키의 추상미술

어제 책을 보다가 아주 흥미로운 부분을 읽게 되었다.
박혜성의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라는 책에 보면, 법률가였던 칸딘스키가 모네의 “건초더미”그림 한 점을 보고 화가로 전향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상파인 모네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칸딘스키의 접합점은 어디일까.
참 생뚱맞은 조합이다.

작년에 포츠담에 있는 박물관 Museum Barberni 에서 인상주의 전시회가 있었다.
내가 참여하는 모임 중에는 정기적으로 하다가 지금은 비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박물관 수업이 있는데, 수업을 듣는 회원들도 그 전시회를 방문했었다.

그 때 선생님이 강조하여 말씀하시길,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을 이렇게 많이 모아놓은 전시회는 없었다. 한 번에 모네의 건초더미를 이렇게 많이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다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가 의미가 있다. 고 하셨다.
아마도 이 박물관이 새로 개관을 하면서, 박물관 측에서 작품을 여기저기서 가져오는 데 힘을 좀 쓴 모양이었다.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대여한 것도 많았지만 개인소장품들도 많았다.

아무튼… 모네라고 하면 수련 연작이나 알지, 건초더미 연작은 처음 들었고, 또 처음 보았다.
박물관 한 곳에 마네의 건초더미들이 연달아 걸려있었다. 전체 몇 작품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어쨌건 다 건초더미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에 맞춰.

(그날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는지 사진이 사진첩에 하나도 없다.ㅜㅜ
그래서 브러셔에 있는 사진을 다시 찍어보았다. 더 많은 이미지가 궁금하신 분은 google에서 모네 건초더미를 검색하시면 된다.)

이 작품에서 칸딘스키는 어떠한 예술적 부름을 받았던 것일까?
사실 칸딘스키는 이 그림이 건초더미를 그린 것인 줄 몰랐었다고 한다.
건초더미라고 생각을 안 하고 보면, 내가 봐도 그냥 어떤 덩어리가 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저 의미 없는 모양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일종의 에피파니(갑작스런 깨달음이랄까)를 느낀 것 같다.
나중에서야 그림의 제목을 보고 분노와 충격을 동시에 느꼈다고.

“이 때 칸딘스티의 마음에 추상미술의 씨앗이 심어집니다. ‘그림은 대상이 보이지 않아도 감동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위의 책 인용)

지금이야 “대상이 보이지 않아도 감동할 수 있다”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추상미술이란 것 자체가 없었던 그 시기에는 매우 놀라운 깨달음이었을 것이다.

결국, 누가 시작했건 추상미술은 시작되었겠지만, 칸딘스키에 의해 추상미술이 시작된 것은 모네 그림의 오독에서 시작되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나는 이런 점이 너무 좋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확실하고 명확하다면, 새로운 것이 나타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잘못 든 길이 새로운 길을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