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적 기억, 블루 스카이

하늘이 파랬습니다. 구름도 없이.
산책길에 올려다 본 하늘의 색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 보았어요.
파랗긴 하지만 그렇게 강렬하게 파랗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은은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파란색은 보통 차가운 색으로 분류되지만, 이런 하늘은 차갑다기 보다는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주네요.
왠지 머나 먼 옛 기억을 소환하는 기분이랄까요.
아마도 우리의 먼먼 조상이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서 살 때 늘 바라보던 것이 넓게 펼쳐진 초원의 초록색과 하늘의 파란색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태고적 원형을 바라볼 때 얻는 안정감이랄까.
우리가 초원의 초록과 하늘의 파랑에 정서적 반응을 보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파랗기만 한 하늘을 보니, 온통 파란색인 이브 클라인의 작품, IKB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을 봤을 때 느꼈던 충격이 떠오릅니다.
그 작품을 봤을 때 느낀 강렬한 정서에 대비해서 오늘의 하늘은 평온한 정서를 불러 일으킵니다.
다른 날은 또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클라인 블루보다 오늘 바라본 스카이 블루가 훨씬 더 좋네요.

(* 이 글은 4월 29일에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