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셀 도큐멘타 14) 보따리

이번에도 작년 가을 Documenta14 방문 시 만났던 작품 하나를 소개해 볼게요.
방문 첫날, 행사의 주 전시관인 Fredericianum에 들렀었습니다.
워낙에 전시된 작품 수가 많아 바쁘게 돌아다니던 중, 눈에 친숙한 사물이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작가 역시 한국분이셨습니다.

보따리 작가로 유명하신 김수자 님의 작품이었고요, 제목도 보따리(Bottari)였습니다.
보따리로 사용된 천이 이불 천이라서 사이즈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오래되어 안 입는 옷들이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보따리라고 하면, 자기가 살던 곳을 피치 못하게 떠나야 되는 상황이 떠오르죠.
보따리 안에는 당장 없으면 안 되는, 정말 필요한 것들만 챙겨야하고요.

작년에는 유럽전체에 ‘난민’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 바로 난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도 난민수용에 대한 의미를 작품에 담으셨겠지요.
집을 떠나야만 하고, 짐을 꾸려야만 했던 사람들의 절실함을요.

의미도 의미였지만, 조형작품 그 자체로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원색의 커다란 보따리들이 하얀 건물 벽이나 하얀 바닥과 대조되어 놓여있는 게, 구조상으로도 아름다웠다고나 할까요.

바느질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천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그냥 지나치게 되질 않네요.
부드러움, 따스함, 감쌈, 연결 지음 등등 제가 선호하는 가치들과 딱 맞아떨어지는 재료가 바로 천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카셀 도큐멘타 14) Parthenon of Books

 

이번에도 카셀 도큐멘타에서 만난 작품을 소개해 볼게요.

도큐멘타 행사의 주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 (Fridericianum)건물 맡은 편, 프리드리히 광장에 엄청나게 큰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 구조물은 바로 아르헨티나 작가인 Marta Minujin의 대형설치 작품 “책의 파르테논 신전(Parthenon of Books)”이었습니다.

너무 커서 보지 않을 래야 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실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처럼 그 크기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설치물은 철근으로 신전의 구조물을 세우고 각 원주와 지붕의 표면에 책들을 투명한 플라스틱에 넣어 비닐로 랩핑을 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붙어있는 책들은 한 때 금서로 분류되었던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는데, 이 수많은 책들은 모두 시민들에게서 기증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그냥 봤을 때는 책들이 붙어있는 건지 몰랐어요. 그냥 색색의 점들은 뭐지? 하고 다가가다 보니 다 책이더라구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신전 안에 들어가서 본 모습도 그렇구요. 철골의 형태가 다 보이는데도 차갑다 딱딱하다가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책이라는 종이의 묶음들이 주는 허약함에서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 것 같았어요.
책이라고 하는 종이 다발은 얼마나 가볍고 약한가? 그러면서도 모든 독재자들이 무서워 할 정도로 강하기도 하구요.

아테네 신전 형태를 함으로써 아테네에서 시작된 고대 민주주의의 상징을 드러내고, 또 금서들만 전시함으로써 언론 탄압에 대한 저항을 표시하고, 밤에는 이 구조물에 불을 밝힘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은 누구도 지배할 수 없고, 스스로 밝게 빛남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현대 작가들은 아름다움 그 자체만 추구한다기 보다는, 작품 안에 사회성, 정치성 등을 드러내어 예술과 사회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독일 스타일이 정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