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셀 도큐멘타 14) Parthenon of Books
이번에도 카셀 도큐멘타에서 만난 작품을 소개해 볼게요.
도큐멘타 행사의 주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 (Fridericianum)건물 맡은 편, 프리드리히 광장에 엄청나게 큰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 구조물은 바로 아르헨티나 작가인 Marta Minujin의 대형설치 작품 “책의 파르테논 신전(Parthenon of Books)”이었습니다.
너무 커서 보지 않을 래야 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실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처럼 그 크기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설치물은 철근으로 신전의 구조물을 세우고 각 원주와 지붕의 표면에 책들을 투명한 플라스틱에 넣어 비닐로 랩핑을 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붙어있는 책들은 한 때 금서로 분류되었던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는데, 이 수많은 책들은 모두 시민들에게서 기증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멀리서 그냥 봤을 때는 책들이 붙어있는 건지 몰랐어요. 그냥 색색의 점들은 뭐지? 하고 다가가다 보니 다 책이더라구요.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신전 안에 들어가서 본 모습도 그렇구요. 철골의 형태가 다 보이는데도 차갑다 딱딱하다가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책이라는 종이의 묶음들이 주는 허약함에서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 것 같았어요.
책이라고 하는 종이 다발은 얼마나 가볍고 약한가? 그러면서도 모든 독재자들이 무서워 할 정도로 강하기도 하구요.
아테네 신전 형태를 함으로써 아테네에서 시작된 고대 민주주의의 상징을 드러내고, 또 금서들만 전시함으로써 언론 탄압에 대한 저항을 표시하고, 밤에는 이 구조물에 불을 밝힘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은 누구도 지배할 수 없고, 스스로 밝게 빛남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현대 작가들은 아름다움 그 자체만 추구한다기 보다는, 작품 안에 사회성, 정치성 등을 드러내어 예술과 사회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독일 스타일이 정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