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00권 이상 읽기 프로젝트 10년 후기

2013년에 시작한 “1년에 100권 이상 읽기 프로젝트”가 지난 2022년말을 기준으로 딱 10년이 되었다. 

책읽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라고 생각했다가, 10 이라는 숫자에 신경이 쓰여 이렇게 후기를 남긴다. 

1. 우선, 지난 10년간 몇 권을 읽었나? 

10년간 읽은 책 리스트를 더하면, 총 1,150권이 된다. 

하지만 그 중에는 두번씩 읽은 책도 있으므로, 재독 비율을 대략 5%로 잡고(그냥 대충 잡은 거임. 정확히는 잘 모름), 1,150권에서 56권을 뺀 1,094권이 지난 10년간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보다는 많지 않군.

2. 읽은 책들은 어떤 경로로 얻게 되었나?

70% 이상은 구입해서 읽은 것 같다 (안 세어봐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머지는 리디셀렉트로읽거나, 지인에게 빌려서 보거나 했다. 

3. 읽을 책은 어떻게 선정하나?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보이면, 세부사항을 살펴보고 맘에 들면 구입 후읽는다. 

읽고 있는 책에서 인용된 책이나,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책 블로거가 추천하거나  TV의 책소개 프로그램에 나온 책을 사서 본다. 

친구가 추천해주는 책을 읽는다. 

독서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을 읽는다. 등등

4. 프로젝트를 통해 얻게 된 이점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전에는 인문 사회과학에 편중된 독서를 했었는데, 100권 프로젝트 덕에 세계문학, 자연과학, 경제 경영, 자기계발 등등 전에는 거의 읽지 않았던 영역의 책도 읽게되었다. 특히 추리미스테리스릴러와 SF의 재미를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또한, 고전문학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사실 클래식은 재밌다. 그래서 살아남아 클래식이 된것 같다. 

마지막으로 자연과학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쉬운 마음도 들었는데, 그건 바로 이렇게 유익한 책들을 나는 왜 이제서야 읽고 있는가에 대한 후회였다.  

5. 프로젝트의 단점은?

장점이 대부분인 프로젝트였지만, 단점이 아예 없지는 않았으니….나의 무의식이 두꺼운 책들을 기피했던 것 같다. 사 놓고 안 읽은 책들 중에 두툼한 책들이 많은 걸 보니 말이다. 500p. 정도의 책까지는 그냥 고민하지 않고 읽은 것 같은데, 600-700p. 정도는 한 해의 하반기에 들어서면 읽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과감하게 읽기도 했지만, 권수의 압박에 포기하기도 했다. 1000p.에 육박하는 책들은 아예 펼쳐 볼 엄두도 못 내었고 말이다. 

6. 앞으로도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인지? 

사실 고민중이다. 두꺼운 책들이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일단 2023년에는100권을 목표로 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너무 두꺼워서 나에게서 외면 당했던 책들을 읽으려고 한다. 그 첫번째 책이 “괴델, 에셔, 바흐”이다. 2009년에 한 번 읽었는데, 그 당시 완독하는 데 4달이 걸렸었다(어려워서 읽다 쉬다 읽다 쉬다 했음). 새 번역본이 나와서 사 놓은 지 몇 년이 지났는데 꼭 다시 읽어 보고 싶다. 얼마 전에 구입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너무 너무 읽고 싶고. 

7. 읽은 책들 중 추천하고 싶은 책은?

이 글을 시작할 때는 내가 읽은 책들 중에 재밌었던 책들을 장르별 혹은 연도별로 추천해야겠다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읽은 책 리스트를 보다 보니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너무 너무 너무 많고, 이걸 다 적자니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될 것 같아서 아쉽지만 책 추천은 나중에 시간 날 때 하도록 하겠다. 

대신, 여기 블로그 메뉴 중   REVIEW 를  클릭하시면, 간단한 독서감상문 혹은 요약문 등등이 있으니 심심할 때 둘러보시길…^^ 

몸 아플 땐 추미스

몸 아플 땐 추미스.

고바야시 야스미의 책 4권을 연달아 읽었다.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팅커벨 죽이기>.

…….

지난 주 수요일에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당일은 그럭저럭 별탈 없이 지나갔으나 둘째날부터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주사를 맞은 오른팔의 근육통이 심했다. 게다가 왼팔은 오십견이라 원래부터 아팠고.

양쪽팔을 못쓰니 집안일도 못하겠고. 그림도 못 그리겠고.

두통이 심하니, 머리쓰는 일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하루종일 티비만 보고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선택한 게 추리/미스테리/스릴러 소설 읽기.

이 몸의 고통을 깡그리 잊을 만큼 재밌고, 긴장감 가득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하여 고르고 고른 책이 <앨리스 죽이기>. 

제목이 무시무시해서 읽어볼까 말까 고민했지만, 제목이 무서운만큼 긴장감 넘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택.

다 읽고 그 다음 시리즈인 <클라라 죽이기>를 다 읽어갈 즈음엔 이미 백신의 부작용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어서 중간 휴식없이 나머지 <도로시 죽이기>와 <팅커벨 죽이기>도 마저 끝냈다. 백신 부작용 이겨내기 미션 컴플리트!!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들의 기본 뼈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문학이다. 

<앨리스 죽이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클라라 죽이기>는  E.T.A 호프만의 <모래사나이>와 <호두까기 인형>의 내용이 변형되었으며,  <도로시 죽이기>는 <오즈의 마법사>외 이상한 나라 오즈 시리즈에서,  <팅커벨 죽이기>는 <피터 팬>의 스토리가 변주되었다. 

오리지널 레퍼런스가 있다는 것, 그 점이 이번 독서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오리지널 책들의 내용을 다시 기억하고 인출하면서, 거기에 새로움을 더 하는 과정. 일종의 빈칸 채우기 게임 같았달까. 

4권 중에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것은 <클라라 죽이기> 였는데, 사실 이 책의 평이 전반적으로는 가장 별로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평과는 별개로 나한테는 제일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는 내가 E.T.A. 호프만의 단편들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황금항아리> <모래사나이> 같은 고딕풍 환상소설 너무 너무 좋음. ^^

아. 그리고 4권 모두에 등장하는 최애 주인공이 있는데, 그는 바로 파충류 도마뱀 빌이다. 

빌은 머리가 나빠서 여기저기서 구박을 받기는 하지만, 문제 해결의 주역을 하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탐정역할 이라고나 할까.

파충류라고 무시당하고, 말귀 못알아 듣는다고 욕을 먹어도 어느새인가 빌의 긍정적인 성격과 말투에 푹 빠지게 된다. 

아는 게 없고 기억력도 좋지 않아서, 대화 시 단어 하나 하나 되묻고, 왜 그래야 되는지 왜 그러면 안되는지를 일일이 따지는지라, 상대방의 울화를 돋우지만…. 알고 보면 그게 바로 탐구하고 배우려고하는 자의 태도 아닐까.

물론, 빌 같은 사람이 실재로 내 친구이고, 대화 할 때마다 질문폭탄을 던져서 내 울화통이 터지게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ㅎㅎ

………..

바쁘신 분들 말고… 시간이 널널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참, 임산부 노약자는 안됩니다. 잔인한 폭력과 살인이 기대이상으로 난무하는 편입니다.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2020년 11월 19일에 쓴 글임.

며칠 전 <미성년>을 읽음으로써, 도선생님의 5대 장편 읽기 미션을 완수했다. 

이제는 나도 도선생님의 팬임을 자처할 수 있을 거 같다. 

기쁘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고자 도 선생님 관련 책을 또 읽었다.

제목은 <매핑 도스토옙스키>.

노문학자인 저자가 도스토예프스키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쳐간 장소들을 직접 다니며 기록한 여행기인데, 여행기 형식이긴 하지만, 실상 더 중요한 내용은 도선생님의 삶과  그의 문학작품에 대한 해설이다. 

도 선생님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베리아, 독일, 스위스, 이태리 등 참으로 여러 지역을 거치며 살았다. 

거주한 곳만 많은 것이 아니라 처녀작인 <가난한 사람들>부터 마지막 작품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품들과 칼럼 등을 썼다. 

돈이 없어 저작권을 다 넘길 지경에 이르러, 초인적인 정신으로 26일만에 쓴 소설부터, 3년이 넘는 기간동안 준비해서 집필한 작품도 있고. 

이 책을 읽고 나니, 도선생님의 초기작들도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생긴다. 

단, 도 선생님이 1821년 생 이시라서, 내년이 되면 탄생 200주년이 되고, 그러면 나 나름대로 200주년을 기념해야 하니까, 초기작 읽기는 지금은 좀 참고, 내년부터 하기로 하자.

“미성년”을 읽고

*2020년 11월 15일에 쓴 글임.

도스토예프스키 선생님의 <미성년>을 읽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완독을 하는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많은 에너지를 들여 읽어야 했다. 

우선, 상하권을 합쳐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도 문제였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을 읽은 동기 자체가 단순히 지적 허영심이었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선생님의 팬을 자처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5대 장편 정도는 읽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무감에 일종의 숙제처럼 독서를 해서 그랬던 거 같다. 

게다가, 도 선생님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에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도 않고, 극적인 장면들이나, 저철한 파국도 없다.

작품의 제목이 <미성년>인 연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20살이 된 미성숙한 청년이 자신의 관점으로 자신과 아버지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수기형식으로 쓰고 있는데,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미성숙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독자인 나를 답답병에 걸리게 만든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세대조차도 어른스럽지 못한 당시 러시아의 현실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화자나 아버지의 현명하지 못한 행동들로 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뻔 하지만, 다행이 파국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바라던 것들을 얻지 못하게 되지만, 또 그 상황에 맞추어 다들 그럭저럭 적응하면서 잘 살아간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우리 보통사람들도 어른이라고 할지라도 대부분 미성년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소소한 문제들이 생겨도 또 거기에 맞춰서 살아가고….

그리고 그게 현실적이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좀 멋졌으면 좋겠다. 

성숙하지 않아도 매력적인 사람이거나….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을 읽고

*2020년 11월 9일에 쓴 글임.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을 읽고

부제에 붙은대로 과학, 철학, 문학, 영화 등등에서 보이는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읽어도 기억을 못한다.

사실 이 책은 작년에 한번 읽었고, 이번에 다시 읽은 건데, 완전히 새로운 책을 읽은 기분이 든 데다가…. 두번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은 벌써 망각의 강을 건넜다. 

그래도 미덕이 있으니,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른 책들을 마구 마구 읽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첫번째 읽은 후에는, H.G.웰스의 <타임 머신>이 너무 궁금해서 바로 읽었는데, 내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재밌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두번째로 읽고 나서는 바로 보르헤스의 <단편들>과 <알레프>를 구입했다. 

로버트 하인라인이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들도 읽어보고 싶은데, <타임트래블>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이북으로 구입하기가 어려워 일단은 미뤄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