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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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물길 : 세고비아 수도교
당시 우리는 마드리드에 묵고 있었지만, 마드리드 도심 관광 대신 세고비아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이미 두 차례 스페인을 여행한 큰언니의 추천이었다.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까지는 차로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큰 부담은 없는 거리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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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예술 산책
지난 주말엔 친구 P와 함께 <48 Stunden Neukölln> 행사에 갔다. 이 행사는 매년 6월의 어느 주말, 베를린 노이쾰른에서 열리는 예술 축제로, 작가 아뜰리에, 카페, 식당, 공공기관 등 300여 개가 넘는 장소에서 48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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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너 씨 집 앞에서
날이 상쾌해 산책을 나섰다. 자주 걷는 길에 에리히 캐스트너가 2년간 살았던 집이 있다. 그가 이 집에 살았다는 걸 어떻게 아느냐고? 집 벽에 기념판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기념판 프라거 거리 17번지 (현재 12번지)에서 1927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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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드로잉 클럽
아침 일찍 작은 스케치북과 색연필 10자루를 챙겨서 그림을 그리러 나갔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왠지 대단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은 아마추어 그림 모임에 참석하는 것뿐이다. 그 모임의 멤버는 K와 나, 둘 뿐이다. 원래는 셋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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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100권 이상 읽기 프로젝트 10년 후기
2013년에 시작한 “1년에 100권 이상 읽기 프로젝트”가 지난 2022년말을 기준으로 딱 10년이 되었다. 책읽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라고 생각했다가, 10 이라는 숫자에 신경이 쓰여 이렇게 후기를 남긴다. 1. 우선, 지난 10년간 몇 권을 읽었나? 10년간 읽은 책 리스트를 더하면, 총 1,150권이 된다. 하지만 그 중에는 두번씩 읽은 책도 있으므로, 재독 비율을 대략 5%로 잡고(그냥 대충 잡은 거임. 정확히는 잘 모름), 1,150권에서 56권을 뺀 1,094권이 지난 10년간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보다는 많지 않군. 2. 읽은 책들은 어떤 경로로 얻게 되었나? 70% 이상은 구입해서 읽은 것 같다 (안 세어봐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머지는 리디셀렉트로읽거나, 지인에게 빌려서 보거나 했다. 3. 읽을 책은 어떻게 선정하나?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보이면, 세부사항을 살펴보고 맘에 들면 구입 후읽는다. 읽고 있는 책에서 인용된 책이나,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읽는다. 좋아하는 책 블로거가 추천하거나 TV의 책소개 프로그램에 나온 책을 사서 본다. 친구가 추천해주는 책을 읽는다. 독서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을 읽는다. 등등 4. 프로젝트를 통해 얻게 된 이점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전에는 인문 사회과학에 편중된 독서를 했었는데, 100권 프로젝트 덕에 세계문학, 자연과학, 경제 경영, 자기계발 등등 전에는 거의 읽지 않았던 영역의 책도 읽게되었다. 특히 추리미스테리스릴러와 SF의 재미를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다. 또한, 고전문학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사실 클래식은 재밌다. 그래서 살아남아 클래식이 된것 같다. 마지막으로 자연과학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쉬운 마음도 들었는데, 그건 바로 이렇게 유익한 책들을 나는 왜 이제서야 읽고 있는가에 대한 후회였다. 5. 프로젝트의 단점은? 장점이 대부분인 프로젝트였지만, 단점이 아예 없지는 않았으니….나의 무의식이 두꺼운 책들을 기피했던 것 같다. 사 놓고 안 읽은 책들 중에 두툼한 책들이 많은 걸 보니 말이다. 500p. 정도의 책까지는 그냥 고민하지 않고 읽은 것 같은데, 600-700p. 정도는 한 해의 하반기에 들어서면 읽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과감하게 읽기도 했지만, 권수의 압박에 포기하기도 했다. 1000p.에 육박하는 책들은 아예 펼쳐 볼 엄두도 못 내었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