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할 수 없는(Unvergleichlich)
제가 참석하고 있는 모임 중에 비정기적으로 모이는 박물관 수업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그 모임에서 베를린 보데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특별전에 다녀왔어요.
전시회의 제목은 “비교할 수 없는(Unvergleichlich, Beyond Compare)”이었고, 이 전시의 특별함이 있다면 아프리카와 유럽의 조각품들을 한자리에서 전시함으로써 두 대륙의 예술을 직접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보데 미술관에는 원래 초기 중세시대부터 18세기의 미술품이 상시로 전시되어 있었지요.
이번 특별전에서는 이미 폐관한 달렘 민속 박물관에 있던 아프리카 조각품들을 이전에 보데 박물관에 있던 전시품들과 함께 전시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조각품들을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함께 볼 수 있는 조각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박물관 들어가자 마다 보이는 조각 2작품에 대한 사진만 올립니다.
왼쪽 작품은 15세기 이탈리아 조각가 도나텔로의 작품인 “템버린을 든 푸토(애기천사)”입니다.
오른쪽 작품은 16-17세기 아프리카 배냉 왕국 작가의 작품으로 여신 혹은 공주의 상이고요.
애기천사 조각은 세례반을 장식했던 조각상들 중 하나였고, 여신상은 제단에 놓여 있던 조각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나란히 전시를 해 두었지만, 예전에는 그 대접이 확연히 달랐다고 합니다.
애기천사상은 르네상스시대 유명작가인 도나텔로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 박물관에 전시될 때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던 반면, 영국군에 의해 약탈되어 유럽으로 오게 된 배냉 왕국의 조각은 그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원시적’인 것으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물론 일부 비평가들은 이 작품의 예술적 성과를 인정하고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을 ‘원주민 조각가’로 칭하기도 했습니다만, 다른 이들은 이 작품이 그저 야만적인 인상을 남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배냉 왕국의 조각상 뒤편에는 하얀색 페인트로 일련번호가 남겨져 있습니다.
예술작품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하나의 약탈물 취급을 받았다는 의미겠지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우리가 야만의 상징으로 보던 아프리카가 사실은 문화예술에 있어 결코 유럽에 뒤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 점이 좋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민속 박물관이 다시 개관을 하게 되면 여기 전시되었던 아프리카의 조각들은 다시 민속 박물관에 전시되어 예술품이 아닌 민속 유물로 전시될 운명이라는 것이죠.
아프리카 조각의 입장에서 본다면 약탈당해서 유럽에 온 것도 서러울 텐데, 잠시 예술품으로 인정받았다가 다시 무명의 유물로 전시되는 것은 더 서러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