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햇살에, 여름엔 미풍에 –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읽고.
“바깥은 여름”
이 책의 제목을 보면 대개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바깥이 여름이면, 안은?
‘은/는’은 주격조사이기도 하지만, 그냥 주격만 나타내는 ‘이/가’와는 달리 강조나 대조의 의미를 포함한다.
즉, ‘바깥은 여름’이라는 구절에는 안은 여름이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안’은 어떤 계절일까?
이번 소설집의 첫 단편 제목인 ‘입동’이 어느 계절인지를 말해준다.
우리 안의 삶이 혹독한 겨울임을.
각기 다른 내용이 담긴 소설집임에도 불구하고, ‘건너편’이라는 단편을 제외하고는 모든 이야기에 죽음이 담겨있다. (‘건너편’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의 상실을 다루고 있다.)
52개월 영우의 죽음, 찬성이 아버지와 유기견 에반의 죽음, 소수언어의 표본 이었던 노인의 죽음,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의 새 부인의 죽음, 폐지 수집하던 노인의 죽음, 남편과 학생의 죽음.
이 소설을 보고 있으면 “삶은 곧 고통이며, 죽음에서 멀지 않다”라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상실, 질병, 가난, 차별과 불평등.
그렇다면 나의 삶 너머 바깥은 여름이어서 좋았을까?
이 책에 실린 “풍경의 쓸모”라는 단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유리 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 “
그래서 유리 볼 안은 겨울인데, 바깥은 여름이고, 시끄럽고 왕성하여 좋았을까?
모두 알다시피, 여름 역시 더위로 혹독한 계절이다.
어쩌면 겨울과는 다른 차원의 고통이 존재하는 곳이라고나 할까.
삶에 항상 지속되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추운 겨울에 잠깐 비추는 햇살에 행복하고,
더운 여름에 살짝 부는 바람에 행복하다.
나는 우리의 주인공들이 그 긴 겨울 속에서도 잠깐의 햇살에 행복해지길 바란다.
작가님도 이 소설집 쓰시면서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 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지도 모르는데,
멀리 사는 한 사람이 이 책이 좋다는 소문 듣고 책을 사서 읽고 또 감상문까지 적고 있다는 이 작은 사실에 잠깐 행복하시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