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을 읽고
*2020년 11월 15일에 쓴 글임.
도스토예프스키 선생님의 <미성년>을 읽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완독을 하는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많은 에너지를 들여 읽어야 했다.
우선, 상하권을 합쳐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도 문제였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을 읽은 동기 자체가 단순히 지적 허영심이었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 선생님의 팬을 자처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5대 장편 정도는 읽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무감에 일종의 숙제처럼 독서를 해서 그랬던 거 같다.
게다가, 도 선생님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에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도 않고, 극적인 장면들이나, 저철한 파국도 없다.
작품의 제목이 <미성년>인 연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20살이 된 미성숙한 청년이 자신의 관점으로 자신과 아버지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수기형식으로 쓰고 있는데,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아버지 역시 미성숙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독자인 나를 답답병에 걸리게 만든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세대조차도 어른스럽지 못한 당시 러시아의 현실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화자나 아버지의 현명하지 못한 행동들로 극적인 사건이 벌어질 뻔 하지만, 다행이 파국으로 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사건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바라던 것들을 얻지 못하게 되지만, 또 그 상황에 맞추어 다들 그럭저럭 적응하면서 잘 살아간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우리 보통사람들도 어른이라고 할지라도 대부분 미성년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소소한 문제들이 생겨도 또 거기에 맞춰서 살아가고….
그리고 그게 현실적이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좀 멋졌으면 좋겠다.
성숙하지 않아도 매력적인 사람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