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고
아프다는 이유로 외출도 삼가고, 침대에 누워 자거나 책을 읽거나 하고 있다. 그 덕에 책 한권을 또 읽었다. 이번에는 좀 어려워 보이는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
다 읽긴 했지만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일단 처음에 나오는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어려웠다. 페르마의 원리나 데카르트에서 뉴턴, 아인슈타인이 나오는 부분은 전에 어디선가 들은 풍월이 있어 그나마 나았다.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확률과 사회선택이론, 짝짓기 알고리즘, 게다가 마지막의 위상수학까지. 생전 처음 알게 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부록에 실린 숫자 없는 수학은 기운이 딸려 헉! 소리가 났다. 다 생소한 내용들이라 재미와 호기심이 한 가득이긴 했지만, 내 작은 머리로 이해하기에는 역부족. 그냥 막연하게 이해하며 나중에 필요할 시 다시 찾아보자고 다짐했다.
그래도 책을 접지 않고 계속 읽은 이유는 수학이 우리 삶과 너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이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학하면 뭔가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을 거 같고, 일부의 천재들이나 하는 일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우리 사회와 문화와 지식이 발전해 가면서 필요에 의해 발명하기도 하고 관찰과 실험을 통해 체계를 만들어 가면서 이루어진 학문이라는 사실이었다.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준 한 구절을 책에서 인용해 보겠다.
“제 생각에 건전한 과학이란 ‘근사 approximation’해가는 과정이라는 걸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해서 포기하기 보다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나중에 뒤집어지더라도 현재의 조건 안에서 이해해 나가는 것이죠. (중략) 근사해가는 과정, 항상 바꿀 수 있는 것, 그리고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를 학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정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라고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근사치라도 찾아내려는 노력.
일반적인 조건에 다 부합하지 않더라도, 제한적인 조건내의 답이라도 찾으려는 노력.
이건 어떤 특정학문에만 필요한 태도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나는 분명 수학책을 읽었는데, 철학책도 같이 읽은 느낌이다.
(원고지 6.7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