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상문

“순수꼰대비판”을 읽고

“순수꼰대비판”

새해 들어 읽은 세 번째 책이다. 제목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빌려왔지만, 실제 내용에는 니체랑 공자님 얘기가 더 많이 나온다. (세어 보지는 않았다. 내 착각일 수도 있음.) 참, 이건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책에는 꼰대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저자가 학창시절 겪은 선생 꼰대, 스스로 교사가 되어 일할 때 겪은 동료 꼰대, 작가로서 경험한 사회인 꼰대, 기타 꼰대 일반들…, 그리고 저자는 자기 스스로도 꼰대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과연 꼰대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시간과 공간과 사람은 이미 변해버렸는데, 자기의 손바닥만한 과거의 경험치만을 진리라 생각하며, 남들은 경험도 생각도 도통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맥락에 맞지도 않는 자신의 진리로 다른 이들을 자유롭게 해 주고픈 자비로운 사람?

책에서 가장 기억 남는 부분은 성경의 황금률 중 하나인 구절을 인용한 부분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 저자는 이러한 기독교적 아가페가 상징적 폭력으로 변질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이 귀한 말씀이 폭력이 되는 이유는 자신에게는 합리적이고 정의인 것이, 타인에게는 그렇게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의 삶의 문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난독을 넘어선 맹시라고 일갈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공자님 말씀이 떠올랐다. 자공이 한마디 말로 죽을 때 까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있느냐고 공자님께 묻는다. 그때 공자께서 말씀하였다.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솔직히 나는 기독교인이라는 명패를 붙이고 살지만, 공자님의 이 말씀에 더 끌린다.

예수님 말씀과 공자님의 말씀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르다. 예수님의 말씀은 무엇을 하라 이고, 공자님의 말씀은 무엇을 하지 마라 이다. 둘 다 원래 가지고 있는 의미는 좋은 말씀이지만, 21세기 개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말씀은 아마도 공자님 말씀이 아닐까 싶다. 꼰대와 오지라퍼가 넘쳐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삶의 90%이상은 공자님 말씀처럼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고, 10%의 특수한 경우에만 예수님 말씀대로 내가 받고 싶은 만큼 남에게도 주면서 살면 어떨까.

나도 꼰대소리 들을 나이가 되어가고, 어디에선가는 꼰대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꼰대 센서가 있어서 꼰대질 할 때마다 알려주면 좋을텐데…. 아무튼 꼰대 센서가 발명되어 상용화 될 때 까지는 날마다 자기 성찰을 해야겠다.

(원고지 7.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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