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읽고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쓰기 책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데 나는 이제야 읽었다. 이 책은 글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론 보다는 사람이 글을 쓸 때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혹은 태도에 관한 책이다.
책의 많은 부분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예컨대,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말하지 말고 보여 주라(이건 어제 코치님이 말하신 부사를 줄이라는 내용과 일맥상통). 그냥 꽃이라고 말하지 말고, 구체적인 꽃의 이름을 적어라. 잘 쓰고 싶다면 잘 들어라. 글쓰기는 육체적인 노동이다. 등등.
하지만 읽으면서 굳이 이렇게 까지 하면서 글을 써야 하나 싶은 내용도 많이 있었다. 책의 제목과 같이 자신의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그것들을 다 끄집어내야 하고, 또 때로는 기존의 규범을 무시하기도 하고, 동물적 본성도 드러내야 한다는데…. 휴… 인생 재밌자고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모든 에너지를 다 태워버려야 할까. 책에 빠져들기 보다는 저항감이 먼저 생겼다.
어쨌든 그런 저항감을 이겨내고 책을 다 읽었다. 하루가 지난 오늘 내용을 다시 곱씹어 보니, 내가 저항감을 가졌던 내용은 저자가 몇 십 년 간 글을 쓰고 난 후에 얻은 깨달음으로서, 글 쓰는 이의 도달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글쓰기의 시작점은 아니란 말이다.
시작점에 서있는 내가 받아들이기에 버거운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안심이 되었다. 처음부터 나를 다 드러내어야만 한다는 공포심에서는 벗어났다. 아직은 벌거벗고 싶지 않다. 아직은 옷 입고 사는 문명인이고 싶다. 나는 내가 입은 옷도 제2의 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차 벗자.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이고, 첫술부터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
(원고지 5.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