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맹이 되지 않기
숫자맹 혹은 계산맹이 뭔지 아시나요?
숫자를 보면 정신이 멍∼ 해지고, 계산하려고 하면 머리가 막 아파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요?
인터넷에서도 그 정의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 걸로 보아서 널리 쓰이는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
암튼 각설하고 저도 숫자맹 중 하나이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식당 계산서만 봐서 머리가 어지러우니…ㅠ.ㅠ
지금이야 핸드폰에서 연락처를 눌러 전화를 걸면 되지만, 옛날에는 수첩에 적어놓은 전화번호를 보면서 전화를 걸었는데, 종종 번호를 잘 못 눌러 엉뚱한 사람이 받았던 기억이. 흑ㅠ.ㅠ
숫자맹 이야기를 왜 하느냐하면, 오늘 낮에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이라는 책을 읽다가 수에서는 맥락이 아주 중요하다는 부분을 읽게 되었거든요.
거기에서 수를 잘 못 쓴 것에 대한 예시로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와요.
“심해 바닷물과 해수면 바닷물 간의 이상적인 온도차는 적어도 섭씨 20도, 즉 화씨 68도가 되어야 한다.”
이 예시에서 저자는 섭씨 20도가 화씨 68도는 맞지만, 섭씨 20도의 온도차가 화씨 68도의 온도차와는 같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온도차는 화씨로 36도라고 하네요.
여러분들은 이해가 되시나요? 온도와 온도차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는 거죠.
처음에 읽고 나서는 이 말을 이해하는 데에 얼마나 오래 걸렸던지요. ㅠㅠ
그 외에도 저자는 호들갑스러운 언론을 비판하는데요.
예를 들면 ‘식인상어’ 뉴스라던가, ‘산불뉴스’ 등이죠.
어느 해는 식인상어 위협으로 몇 주간 언론의 헤드라인이 채워졌지만, 실제 그 해 상어에 물려 죽은 사람은 두 명이었고, 또 2002년에는 “산불이 콜로라도를 휩쓸다” 등의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실렸지만, 실제로 불탄 지역은 콜로라도 주의 0.29퍼센트였다고 하네요.
만약 제가, “이 블로그에 방문자 수가 하루만에 2배가 늘었습니다!”하고 공지에 올리고 홍보한다고 합시다. 그런데 어제 방문자는 1명이었는데, 오늘 2명이 온 거라면 방문자 수가 2배가 된 건 맞지만, 허허… 그게 자랑할 건지는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이러한 맥락 없는 수 인용이 많이 된다는 사실!
언론에서 말하는 숫자는 항상 그 단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센티메터로 표기하냐 메터로 표기하냐에 따라 다르고, 헥타르를 쓸거냐 에이커를 쓸거냐에 따라서도 다르고, 평으로 계산할거냐 제곱미터로 계산할거냐에 따라서도 숫자가 확연히 달라지니까요.
또한 그 수가 크다, 작다, 늘었다, 줄었다, 어마어마하다, 미미하다 등의 형용사를 사용할 때, 과연 그 단어가 어느 것과 비교하는 것인지, 즉, 전년도 대비인지, 다른 항목 대비인지, 기대치에 대비한 것인지 등등을 반드시 꼭꼭 확인해 봐야 할 거 같아요.
그 동안은 숫자가 나오면 그냥 숫자는 건너뛰고 읽는 경향이 있었지만, 숫자맹이 되지 않으려면 꼼꼼히 따지는 버릇을 길러야겠네요.
지금도 가뜩이나 따짐쟁이로 여겨지는데, 더 따짐쟁이가 되야 하나.
뭐 그렇게 듣고 싶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성격 좋다는 얘기 듣기는 아무래도 글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