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상문

두근두근 내인생, 김애란 작가님

어제 베를린 한국문화원에 다녀왔다.
얼마 전 문화원 홈페이지에 “두근두근 내 인생 영화 상연과 원작자인 김애란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열린다는 공지가 올라 왔다.
존경하는 작가님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별로 없으므로 독서모임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함께 가기로 했다.
워밍업으로 지난 주 독서모임에서 김애란 작가의 책을 다루기도 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17살에 부모가 되어 버린 젊은 부모와 그들의 아들인 16살 조로증 소년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2011년에 발표되었고, 영화는 2014년에 개봉했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마찬가지로 이번 경우에도 영화보다는 소설이 나은 것 같았다.(내 주관적 판단임)

두 주인공인 송혜교와 강동원은, 젊어 부모가 되고, 조로증 아들이 있고, 삶이 고단한 사람들로 분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대담 진행자가 지적했는데, 많은 관객이 동의하는 듯한 감탄어들을 내뱉었다.

이에 대해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소설과는 달리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진짜 가난한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릴 때 가난한 걸로 나오는 주인공들 사는 데가 좋아보여서, 저게 가난한 거면 나는 뭐지? 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이어서 말씀하시길, 영화에는 문학과는 다른 문법이 있고, 영화가 진짜 가난을 보여준다면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문학이 영화보다는 진실의 값이 더 크지 않겠느냐고 했다.

두 시간의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시작된 대담이라 이미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관객들의 질문이 많았다.
한국문학에 관심 갖는 전 세계 인구가 늘어나는 모양이다. 이번 행사도 두근두근 내인생이 독일어로 번역 출간된 기념으로 갖게 된 행사였다. 독일어 제목은 “Mein pochendes Leben”. 한국제목과 같은 뜻이다.

마지막으로 함께 같던 친구가 질문을 했다.(오. 자랑스럽당. ^^)
이 영화를 보면 그간 힘든 삶을 살았던 소년이 죽음을 맞았지만, 부모들에게는 약간의 희망의 빛이 비치는 것 같은데, 최근에 나온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나온 주인공들에게는 그 약간의 희망 조차 없는 것 같다. 작가님의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뀌신 것인가?

작가님의 대답.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전에 내 소설에는 트럼플린이 있었다. 힘든 삶을 겪는 이들이 힘껏 뛰어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도 아프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기제였다. 그렇지만 비행운 이후, 트럼플린을 치웠다. 하지만 국가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긴 실제 인물에게서 본 것이 있다. 모든 것을 다 빼앗겨도, 빼앗기지 않는 뭔가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아마도 작가님은 등장인물 스스로 자신의 고난을 이겨내는 힘을 갖게 되길 바라신 모양이다. 작가가 외부에서 희망을 주지 않아도 주인공들 스스로 자신의 힘을 찾기를. 그래서 그 책을 읽는 독자도 주어진 희망이 아니라 독자 자신의 힘을 찾기를.

김애란 작가님 얘기하실 때, 엄청 조용하게 또 엄청 천천히 얘기하시던데, 아 그런 거 배우고 싶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직업군은 작가들이다.
어제도 역시 ‘작가님들은 멋지다’ 라는 내 사고를 더 확고히 하고 돌아왔다.

말하는 것도 멋지고, 스타일도 멋지고.

댓글 18개

  • 김지선

    책읽으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영화를 만든다기애 실패하겠다 했는데 송혜교와 강동원이라니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작가님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네요. 트럼블린을 치웠다는…
    덕분에 다시 두근두근 내일생을 생각합니다.

  • 이윤영

    영화보고 부모역할을 어색했던 송혜교와 강동원이 인상깊었습니다 (ㅋㅋ)

    아이 역할의 아역배우는 너무 잘했고요
    독일에서도 이런 강연회를 한다니
    좋네요

    • deinekim

      한국 작가님들 강독회가 종종 있어요.
      외국 나와 사니까 한국문화를 더 많이 누리게 되는 것 같아요. ^^
      강동원과 송혜교는 진짜 약간 어색 어색. 아역 배우는 분장하느라 고생도 많았을텐데, 연기까지 잘하고…
      오랜만에 밤마실 참 좋았어요^^

    • deinekim

      네. 정희님.
      작가님들 오시는 기회가 있으면 앞으로는 신경써서 가보려고 해요.
      그동안은 몰라서 못 간 경우가 많았거든요.ㅠㅠ
      형만한 아우 없다고, 먼저 나온 소설이 나중에 나온 영화보다 대부분 더 좋은 것 같아요.^^

  • 이다빈

    너무 좋은 글이에요. 특히 등장인물 스스로 자신의 고난을 이겨내는 힘을 갖게 되길 바라신 모양이다. 독자 자신의 힘을 찾기를. 이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어오네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싶어요^^… 은 읽어봤는데, 은 이야기만 많이 듣고 아직이어서 조만간 읽어보고싶은 마음에 새록새록 드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deinekim

      다빈님. 반가워요.^^
      작가님 말씀이 자기 작품이 예전에 비해 비관적이 된 건 맞지만, 예전 작품에 나오는 유머들이 많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는 유머를 다시 사용하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상황이 힘들어도 마음은 가끔은 즐거운.
      저두 이 작가님 책 두근두근하고, 바깥은 여름 밖에 안 읽어봤는데, 다른 작품도 읽어보려고 해요.
      다빈님도 좋은 하루 되시고요~~

    • deinekim

      은경님.
      예뻐서 설치한 테마인데, 아무래도 버그가 있는 모양이네요.
      위의 다빈님 글도 그렇고 책 제목이 입력이 안되네요.ㅜㅜ
      재밌으셨다는 작품집은 뭘까요? 아 궁금.
      아무튼 방문 감사드립니다.^^

    • deinekim

      혜진님.
      영화화된 소설은 영화랑 소설 다 보면 좋은 거 같아요. 아무래도 작가님을 만나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달까. 작가의 의도가 직접적으로 전달되니까요.^^
      놀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책마루샘

    김애란 작가님 만나셨네요 저도 작가와의 만남 엄청 좋아하는데 부럽습니당^^ 작가님 책 집중적으로 읽어봐야겠네요 포스팅감사해요 혜령님

    • deinekim

      원경님. 방문 감사합니다. 예전에 한강 작가님 책 독일어로 번역되어서 독일에 오신 적 있었는데, 완전 예술가 포스 멋졌습니다. 그 때는 통역도 없이 다 영어로… ㅜㅜ 입장료도 냈는데 ㅜㅜ. 거의 이해 못했지만 그래도 참 좋았어요. 이번에 김애란 작가님 만남도 의미 깊었고. 이번엔 통역이 있어 진짜 다행.^^

  • 탱박사

    베를린에서 이런 문화 행사라니 뭔가 더 분위기가 있는 느낌이네요. 그리고 저 작가님 표정이 엄청 작가스러워서 인상적입니다. ㅋㅋ

    • deinekim

      태은님. 문화원에서 종종 작가님들을 초청하시더라구요. 김애란 작가님 책 표지 프로필 사진들마다 헤어스타일이 똑같았는데, 이날도 동일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오셨어요. 그게 너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그것도 예술적인 의도가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