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스트(Zingst)에 바다보러 다녀오다.
지난주에 부활절 방학을 맞아 베를린에서 북쪽으로 300km 떨어져있고, 동해(Ostsee)에 닿아있는 도시 칭스트(Zingst)에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고속도로를 나와 칭스트로 가는 국도에서.
뭔가 스산한 이런 느낌.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냥 좋다. 외로워지거나 사색적이 되게 하는 풍경. 내 성격에 부합한다고나 할까.
비가왔다 개었다 하고 바람도 세차고, 암튼 소설 ‘ 폭풍의 언덕’이 떠오르는 날이었다. 히스클리프 같은 날.
명사십리라..
모래가 얼마나 고운지…
작은 바람에도 모래가 견디지 못하고 마구 날렸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기억도 없을텐데.
엄마 뱃속에서 엄마 심장 쿵쿵거리는 소리를 듣듯이 바다를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바람 소리 세차서 귀가 아플 지경이었는데도 오히려 마음은 고요해지는 아이러니.
마치 도시의 비둘기들이 그렇듯 바닷가 갈매기들도 시크하다. 사람들이 오거나 말거나.
바다에 다리를 놓아 배에 타지 않고도 파도 일렁거리는 바다를 볼 수 있다.
그 다리 위에 서 있는 조형물.
작품의 제목은 “신 혹은 다윈(Gott oder Darwin)”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읽기에는 바람에 너무 세서 안타깝게도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남편과 아들은 바다를 보러 왔는데, 바다를 봤으니 이제 됐다며 집에 가자고 했다.
3시간 반이나 차를 달려온게 아깝지도 않은가보다.
내가 운전할 게 아니라서 아쉽지만 다시 베를린으로 달린다.
너무 지쳐버리면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하고 맘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