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아플 땐 추미스

몸 아플 땐 추미스.

고바야시 야스미의 책 4권을 연달아 읽었다. 

<앨리스 죽이기>, <클라라 죽이기>, <도로시 죽이기>, <팅커벨 죽이기>.

…….

지난 주 수요일에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당일은 그럭저럭 별탈 없이 지나갔으나 둘째날부터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주사를 맞은 오른팔의 근육통이 심했다. 게다가 왼팔은 오십견이라 원래부터 아팠고.

양쪽팔을 못쓰니 집안일도 못하겠고. 그림도 못 그리겠고.

두통이 심하니, 머리쓰는 일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하루종일 티비만 보고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선택한 게 추리/미스테리/스릴러 소설 읽기.

이 몸의 고통을 깡그리 잊을 만큼 재밌고, 긴장감 가득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리하여 고르고 고른 책이 <앨리스 죽이기>. 

제목이 무시무시해서 읽어볼까 말까 고민했지만, 제목이 무서운만큼 긴장감 넘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선택.

다 읽고 그 다음 시리즈인 <클라라 죽이기>를 다 읽어갈 즈음엔 이미 백신의 부작용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어서 중간 휴식없이 나머지 <도로시 죽이기>와 <팅커벨 죽이기>도 마저 끝냈다. 백신 부작용 이겨내기 미션 컴플리트!!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들의 기본 뼈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문학이다. 

<앨리스 죽이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클라라 죽이기>는  E.T.A 호프만의 <모래사나이>와 <호두까기 인형>의 내용이 변형되었으며,  <도로시 죽이기>는 <오즈의 마법사>외 이상한 나라 오즈 시리즈에서,  <팅커벨 죽이기>는 <피터 팬>의 스토리가 변주되었다. 

오리지널 레퍼런스가 있다는 것, 그 점이 이번 독서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오리지널 책들의 내용을 다시 기억하고 인출하면서, 거기에 새로움을 더 하는 과정. 일종의 빈칸 채우기 게임 같았달까. 

4권 중에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것은 <클라라 죽이기> 였는데, 사실 이 책의 평이 전반적으로는 가장 별로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평과는 별개로 나한테는 제일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는 내가 E.T.A. 호프만의 단편들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황금항아리> <모래사나이> 같은 고딕풍 환상소설 너무 너무 좋음. ^^

아. 그리고 4권 모두에 등장하는 최애 주인공이 있는데, 그는 바로 파충류 도마뱀 빌이다. 

빌은 머리가 나빠서 여기저기서 구박을 받기는 하지만, 문제 해결의 주역을 하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탐정역할 이라고나 할까.

파충류라고 무시당하고, 말귀 못알아 듣는다고 욕을 먹어도 어느새인가 빌의 긍정적인 성격과 말투에 푹 빠지게 된다. 

아는 게 없고 기억력도 좋지 않아서, 대화 시 단어 하나 하나 되묻고, 왜 그래야 되는지 왜 그러면 안되는지를 일일이 따지는지라, 상대방의 울화를 돋우지만…. 알고 보면 그게 바로 탐구하고 배우려고하는 자의 태도 아닐까.

물론, 빌 같은 사람이 실재로 내 친구이고, 대화 할 때마다 질문폭탄을 던져서 내 울화통이 터지게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ㅎㅎ

………..

바쁘신 분들 말고… 시간이 널널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참, 임산부 노약자는 안됩니다. 잔인한 폭력과 살인이 기대이상으로 난무하는 편입니다.

“두 번 사는 소녀”를 읽고

*2020년 10월 14일에 쓴 글임.

밀레니엄 시리즈의 6번째 책, <두 번 사는 소녀>를 읽었다.

나를 추미스의 세계로 인도해 준 시리즈였기에 애정이 깊었으나, 

6권을 다 읽고 나서는 역시나 내가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졌었구나 싶었다.

스티그 라르손이 쓴 1,2,3권 까지는 미친 듯이 재밌었는데,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쓴 4,5권은 미친 듯이 재밌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6권을 읽었다.

왜냐면 5권까지 읽었으니 6권도 읽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독후감은 이러하다.

우리의 히로인 리스베트가 주인공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활약이 미미하다.

작가가 다루고 싶은 사건과 우리 주인공 리스베트의 캐릭터가 따로 놀았기 때문이 아닐까.

차라리 밀레니엄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면, 재밌었을 것이다.

그냥 기자인 미카엘 혼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었다면 더 나았을 듯.

그래도 나는 이 작가님의 노고를 치하하겠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세계의 틀 안에서만 자기 이야기를 풀어야 했으니 사방에 한계가 많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를 완결해 주신 것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