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세 달.
매일 그림일기 세 달.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고, 혹은 자기 전 맥주 한 캔 마시고,
이렇게 소파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랩트레이 위에 아이패드를 올리고
그림을 그리고 짧은 글을 썼다.
그림에 중점을 둬야할 지 일기에 중점을 둬야할 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싶었지만 한정된 시간에 둘 다에 신경쓰기는 어려웠다.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나의 그림일기는 그림그리기일까 일기쓰기일까.
고민은 여전하지만 그림일기를 그리고 쓴 시간은 최근에 내가 가장 의미있게 보낸 시간들이다.
그림일기를 시작할 때 단발이었던 내 머리는 그 사이에 묶을 수 있을 정도의 머리길이가 되었다.
나도 모르는 새 조금씩 자라난 머리카락처럼,
그 사이 나도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을만큼 조금은 성숙해졌을까.
그림도구 : Procre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