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의 역사”를 읽고
<못생긴 여자의 역사>
새해 들어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이 책도 제목에 맘이 끌려서 샀다. 책 분량은 일반적인 책들과 비슷했지만, 일종의 사회학 논문 같은 거라 각주와 미주가 많아 실제로 읽어야 할 페이지는 많지 않았다. 내용도 재미있었고.
하지만 책을 읽다가 가끔씩 아니 자주 화가 나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곤 했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의 존재 자체를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고, 남성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고 여겼을 때. 서구 역사상 훌륭한 철학자들 조차도 여성을 불완전하고 지적으로 발전될 수 없는 존재로 정의했을 때. 프랑스 혁명 당시에 같이 삼색기를 흔들던 여성들을 못생긴 여자로 규정했을 때, 사회에서 정한 규율을 따르지 않는 노처녀나 지적 능력을 개발하려는 여성들을 싸그리 몰아 외모가 추해서 그렇다고 과장했을 때.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에게도 외모 문제를 지적했을 때.
마치 내가 그 시대의 여성이 되어 비난을 받는 양 부들부들 하고 있었다.
물론 21세기인 현재는 유력한 지위가 있는 사람이나 학자들이 그런 식으로 여성의 외모에 대해 지적했다가는 매스컴 타기 십상이지만, 여성의 외모가 평가 대상이 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여성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은 아니지만, 관리 하지 않는 여성은 여전히 부정된다. 그러나 너무 외모에 신경 써도 안 된다. 너무 외모에 신경을 쓰면 생각 없는 여성 취급 받기 일쑤고, 너무 외모에 신경 쓰지 않으면, 여성이길 포기하고 자기관리를 전혀 못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현재에도 여성은 늘 부정당할 위협 앞에서 외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나이 든 여성은 여성이라는 범주에서 열외가 되어 있다. 이미 부정되어 제3의 성이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진행 중인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여성을 아름다움과 추함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하려는 문제가 얼마나 오래되었고, 그 양상이 조금씩 바뀌어 왔는지 만 알려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문제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고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길 희망한다.
(원고지 6.1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