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ily Life 일상

선물가게 지나야 출구. 나는 그게 좋다.

오랜만에 시내에 나갔다.
마치 동면하둣, 사람들도 최소한으로만 만나고, 동네도 잘 벗어나지 않은 겨우살이었지만 오늘은 하루 휴무인 남편을 졸라서 시내에 갔다.
공기는 차가웠지만 햇볕이 좋았다.

목적지는 서베를린의 중심지에 있는 쇼핑몰인 Bikini Berlin.
쇼핑을 하려 했던 것은 아니고, 쇼핑몰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모처럼 외출을 감행한 것이었다.


전시회의 제목은 “ The Art Of Banksy“로,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인 뱅크시의 전시회였다.
아직도 그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리한 인물이지만, 2010년도에는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도 변조한 상태로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 라는 영화도 찍었다.

이번 전시회 역시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가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지만, 그 누가 선물 가게를 비난할 수 있으랴.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치 못하듯, 나도 선물가게를 지나치지 못하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난 선물가게를 꼼꼼히 돌아보고 화집이랑 엽서를 구입했다.
뱅크시의 그래피티가 그려진 티셔츠랑 가방도 너무 너무 갖고 싶었지만, 경제활동하지 않는자가 그리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는 자각에 그런 품목들은 사지 않았다.

(* 뱅크시 전시에 관한 내용은 별도로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기다려 주세요~)

전시회장을 아쉬운 마음으로 나와서는 쇼핑몰을 둘러보았다.
매장 안까지 둘러보기에는 이미 전시회에서 체력을 소진하였으므로, 매장 밖에서만 구경하였다. 오늘은 그냥 윈도우 쇼퍼.

이 쇼핑몰의 아주 대단한 장점은 유럽최대 동물원인 Zoo Berlin 과 바로 맞대고 있어, 쇼핑몰 테라스에서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추운 날씨라 나와 있는 애들이 있나 걱정했는데, 몇몇 애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원숭이의 한 종류인 듯 한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동물 식물의 종류에 관해서는 문외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 몰라서 무례할 정도이다.
돌아다니는 애들을 보니 정말로 강렬하게 새빨간 레드 힙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진짜로 빨갛구나. 그래 그랬어…

날씨가 너무 추워, 볼이 아렸다. 머리 빗는 브러쉬로 얼굴을 두드려 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쉽지만 얼른 시내 관광자 모드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집근처에 다 와서는 오늘 외출의 마무리로 카페에서 차 한 잔.

함께 동행했던 남편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무척 보람찬 하루였다.
너무 추워 에너지를 많이 써서 그런지, 아니면 그간 집에서만 지내서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몹시 피곤하긴 했지만…^^

댓글 4개

  • 박명주

    저도 몇해전 그래비티 전시회에 갔었는데 그곳에 뱅크시 작품이 두 점인가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전시 후기도 기다릴게요.

  • 해밀

    저도 생각해보니 항상 전시회장이나 박물관 출구 앞에 선물가게가 있었던 거 같아요
    상술이겠지만
    “잘 봤어? 마음에 들었으면 하나 사줘~“
    이러는 것 같아 귀엽다는 생각도 들어요 ^^
    뱅크시에 대한 얘기도 기다릴게요~

    • deinekim

      해밀님 반갑습니다.
      전사회에 기념품이 없으면 섭섭하죠.
      지난 겨울 방문했던 한 전시회에서는 엽서 한장을 안 팔더라고요.
      어찌나 섭섭하던지…
      뱅크시 후기는 잊어버리기 전에 이번주 내로는 써보려구요.^^
      안 그럼 다 잊어벌리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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