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셀 도큐멘타 14) 보따리
이번에도 작년 가을 Documenta14 방문 시 만났던 작품 하나를 소개해 볼게요.
방문 첫날, 행사의 주 전시관인 Fredericianum에 들렀었습니다.
워낙에 전시된 작품 수가 많아 바쁘게 돌아다니던 중, 눈에 친숙한 사물이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작가 역시 한국분이셨습니다.
보따리 작가로 유명하신 김수자 님의 작품이었고요, 제목도 보따리(Bottari)였습니다.
보따리로 사용된 천이 이불 천이라서 사이즈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오래되어 안 입는 옷들이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보따리라고 하면, 자기가 살던 곳을 피치 못하게 떠나야 되는 상황이 떠오르죠.
보따리 안에는 당장 없으면 안 되는, 정말 필요한 것들만 챙겨야하고요.
작년에는 유럽전체에 ‘난민’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가장 큰 이슈였기 때문에 이 작품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 바로 난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님도 난민수용에 대한 의미를 작품에 담으셨겠지요.
집을 떠나야만 하고, 짐을 꾸려야만 했던 사람들의 절실함을요.
의미도 의미였지만, 조형작품 그 자체로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원색의 커다란 보따리들이 하얀 건물 벽이나 하얀 바닥과 대조되어 놓여있는 게, 구조상으로도 아름다웠다고나 할까요.
바느질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천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그냥 지나치게 되질 않네요.
부드러움, 따스함, 감쌈, 연결 지음 등등 제가 선호하는 가치들과 딱 맞아떨어지는 재료가 바로 천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