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를 읽고
*2020년 10월 18일에 쓴 글임.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를 읽고
요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앨리스>를 재밌게 시청중이다.
이번 주 에피소드에서는 현재의 박진겸 형사와 윤태이 교수가 10년전 과거로 시간이동을 하여 고등학생 박진겸과 미래인인 윤태이를 조우하게 되었다. 과거인과 미래인이 동시간대 같은 공간에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파국으로 가기 시작하는데….
암튼…. 시간여행이라는 소재가 너무 흥미로왔던 나는 제목만 보고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과학이야기가 많이 나올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철학책이다 보니 시간에 대한 분석 철학적 논증만 가득가득 나와서 무척 당황하였다는 ㅜㅜ…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은 흐르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대답이 있다.
바로 3차원주의와 4차원주의이다.
3차원주의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며, 오직 현재만 존재한다 2)현재는 미래로 끊임없이 나아간다 3)세계 속의 개별자는 시간을 뚫고 존재한다.
4차원주의가 말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과거도 미래도, 현재와 똑같이 존재한다. 2)현재가 미래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이다. 3)세계 속의 개별자는 시간에 걸쳐 존재한다.
우리의 직관으로는 3차원주의자들의 주장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때문에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과 친-과학철학자들이 4차원주의를 지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저자는 분석철학적 논증을 통해 3차원주의를 옹호하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저자의 결론에 따르면 상대성 이론에 따라 절대시간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개별자들이 각각의 개별적인 시간을 갖게 되었지만, 각 개별자가 존재하는 시간은 바로 현재이다. 따라서 현재라는 시간은 보편적인 시간이 된다. 따라서 절대시간은 존재하지 않지만, 보편시간이라는 기준은 존재하고 그 보편시간은 흐른다.
저자가 3차원주의 옹호에 많은 노력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4차원주의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을까? 그간 철학책은 거의 안 읽고 과학책들은 좀 읽었더래서 그럴까?
내가 어릴 때 보면 티비 만화시리즈 중에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시리즈가 있었다. 주제가 가사 중에 이런 구문이 나온다.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이 말인즉슨, 어른들은 모르지만, 아이들은 4차원 세계를 안다는 뜻 아닌가… 우리들은 태어날 때는 4차원주의자로 태어나지만, 살면서 그 감각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그래서 아직도 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4차원 세계를 그리는 동화도 쓰고 영화도 만들고, 그리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걸지도….
이 주제로 책을 좀 더 읽어 보고 싶은 마음에, 다음 읽을 책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