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 내 인생
인생이란 참으로 예측불가하다.
내가 사는 내 인생인데,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내 삶에 깊숙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것 부터가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으니 실로 그러하다.
길을 가다가 보도 블록 틈 사이에 자라나고 있는 작은 식물을 보았다.
식물의 이름은 모르겠다.
다년생인지, 일년생인지, 관목이라고 해야 할지, 분재 같은 작은 나무라고 해야 할지.
마치 나무에서 잘린 가지 끝부분이 블록 사이에 박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누가 거기에 일부러 심은 게 아니라면, 필시 말도 못하게 힘든 과정을 거쳐 자란 상태였을 것이다.
흙도 거의 없는 시멘트 블록 사이.
이렇게도 열악한 환경에 뿌려진 씨앗으로부터 이 식물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본능적 욕구에만충실하게 반응하며 힘들게 힘들게 자라났을 것이다.
생존 본능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절절하게 느꼈다. 생명은 진실로 위대하구나.
그러나 다음 순간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듯 힘들게 자라났으니 앞으로의 삶이 순탄하다면 다행이련만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보도 블록 사이 자라난 식물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삶이란 건 과연 어떤 삶일까? 호락호락한 삶은 아닐 것이었다.
힘든 일이 지나가면 좋은 일이 온다고들 한다.
진짜 그럴까?
한번 생각해 보자.
동전 던지기를 했는데, 4번 연속으로 뒷면이 나왔다고 치자.
그리고 5번째에는 앞면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고 치자.
자, 그렇다면 번에는 앞면이 나올까? 뒷면이 나올까?
4번이나 뒷면이 나왔으니 이번엔 앞면을 기대해도 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던질 때 마다 언제나 동일하게 50%이다.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 보면, 자꾸 뒷면만 나오는 것이 이 동전이 불량동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되려 다음번에도 뒷면이 나올 확률이 더 높은 게 아닐까 의심할 법도 하다.
´고진감래´니 ´호사다마´니 하며 우리는 계속 좋은 일이 생기면 왠지 이젠 나쁜 일이 생길 거 같다거나, 나쁜 일이 이어져도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는다.
하지만 이전의 상황이 누적되는 경우라면, 실제 우리 삶에서는 나쁜 일에 나쁜 일이 올 확률은 더 높아지고, 좋은 일엔 좋은 일이 따라 올 확률이 높다.
이전 상황이 누적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찌해 볼 수 없이 외부로부터 오는 나쁜 일 또는 좋은 일은 확률상 같은 비율로 나에게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냥 좋다고 방심하면서 살 수도 없고, 지금 힘드니 내일은 좋아지리라 기대만 하고 살 수도 없다.
남들 보다 좋은 삶 혹은 남들 보다 힘든 삶 모두는 우연의 결과일 수도 있다.
결국 삶은 복불복이며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예측 할 수 없는 삶.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일은 어찌 해보겠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은 적응하며 사는 수 밖에.
길거리에서 본 식물 때문에 인생의 회의주의자가 된 것인가?
하지만 내일 눈부시게 아름다운 뭔가를 발견하게 된다면, 내일은 다시 인생의 낙관주의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 이 글은 4년 전 일기장에 써 놓은 글을 수정하여 올린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