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상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중 “12월의 열쇠”를 읽고

향후 며칠간은 제가 읽고 있는 책들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로저 젤라즈니의 SF 중단편 소설집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입니다.
SF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생소한 분야였는데, 요즘은 관심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시작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고, 저의 관심 폭발을 유도한 책은 테트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였습니다. SF의 진정한 맛을 알게 해 줬다고나 할까요?
로저 젤라즈니가 이 책을 낸 게 1971년이니까, 이 분을 SF계의 근 조상님이라고 해도 좋을 듯 합니다. 원 조상님은 당연히 <프랑켄슈타인>을 쓰신 메리 셸리 님 이시고요. ^^

책을 아직 다 읽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개를 할 수는 없고요.
소설집에 첫 번째로 실려 있는 <12월의 열쇠>라는 작품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주인공인 쟈리는 고양이 형태로 태어났습니다. 한랭 식민지 행성에서 일할 사람으로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주 추운 곳에서만 살 수 있는 몸이었지요. 하지만 한랭 행성이 신성폭발로 사라져버리고, 쟈리와 같은 2만 8천 5백 66명의 고양이 형태 인간들은 지구에 남아 극저온 메탄 탱크 안에서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쟈리는 자기 동료들과 연합하여 새로운 행성을 구입합니다. 그곳을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만들고자 한 것이죠. 행성을 냉각시킬 수 있는 행성 개조 유닛을 20대 설치하고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상태로 행성이 개조될 때까지 3000년간 냉동수면에 들어갑니다. 그 동안은 250년마다 한 번씩 깨어 당직을 서야하고요.
별은 점점 차가워지고, 쟈리는 250년 만에 한 번씩 깨어나서 원래 그곳에 살던 생물들이 차가운 기온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나하나씩 멸종을 향해 가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특이한 두 발 짐승 한 종이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변하는 모습을 보고, 쟈리는 그 종이 지적인 생명체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정찰 중에 큰 곰에게 습격당하는 그 동물들을 도와줍니다. 그 사건 이후, 쟈리 일행이 이 행성이 도착한 지 15세기가 흐른 후, 다시 당직을 서던 쟈리는 그 두발 짐승이 사는 마을에서 고양이 형태의 신을 섬기는 것을 보게 됩니다. 바로 자신을 신처럼 여기고 있었던 것이었죠. 쟈리는 결심합니다. 자신을 섬기는 그들이 결코 멸종으로 사라지게 하지는 않겠다고….
쟈리는 동료들과의 전투도 마다하지 않고, 결국 기온을 더 천천히 낮추기 위해 동면기간을 원래의 3천년에서 7- 8천년으로 더 늘리게 됩니다. 그 동물들에게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더 주기 위해서죠.
그리고 쟈리는 더 이상 동면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 동물종의 신이 되어서요.

새로운 행성의 신은 어떻게 생기게 되었나? 하는 일종의 신화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도 외계인 문명설 같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회자되지 않습니까? 신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우리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신의 이야기보다는 생존의 이야기, 적응의 이야기로 보았습니다. 신이 된 쟈리의 관점이 아니라 살아남으려는 쟈리와 또 살아남으려는 두발 동물들의 이야기로요.
지구에서 살 수 없었던 쟈리는 살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이주를 합니다. 하지만 그 고양이 형태 인간들 덕에 행성은 점점 차가워지고, 이렇게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다른 동물과 식물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해갔지요. 하지만 두발 짐승 종족은 추위를 이기려고 불을 피우고, 추위를 이기려고 동물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을 정도로 지능을 진화시킵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명은, 자신에게 충분히 봉사한 자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다.”
이 문장에 대한 해석이야 어려가지로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해석하고 싶어요. 살아남고자 했던 쟈리가 신의 자리를 차지하였고, 살아남으려고 했던 두발 종족이 멸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이순신 장군님은 “생즉사, 사즉생”이라고 하셨고, 그 깊은 뜻이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 저는 “생즉생, 사즉사”라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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