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의 시작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글쓰기도 다시 시작되었다.
오늘부터 한 달간은 1일 1그림일기를 쓸 것이다.
그림일기를 쓰기로 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며칠 전 숭례문학당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그림일기 강좌가 개설된 것을 보았다.
그림이라니…. 재밌겠지만 내가 어떻게 매일 그림을 그린단 말인가. 하고 페이지를 닫았다.
하지만 나는 며칠 간 계속 그 강좌 페이지를 다시 열어보곤 했다.
그러다가 신청/결제.
신청 버튼을 누른 구체적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내 마음은 나도 모르니까.
그리고 나서 보니 스케치북은 커녕, 줄 없는 노트 한 권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침부터 나가서 노트를 사오면 신청 당시의 흥분이 가라앉아 버릴 것 같아서,
그냥 아이패드를 꺼내어 들었다.
스케치 앱을 켜 놓고 이것 저것 만져보았다.
우리 아들은 이걸로 잘만 그리던데….
뭐가 이리 맘대로 안 될까.
정작 그림 그린 시간은 15분도 안 될 거 같은데, 프로그램 사용법을 몰라서 한 시간 반을 끙끙대다, 갑자기 그림이 사라져서 억! 하다가, 맘에 드는 툴이 없어서 툴툴대다 하면서 그림을 그려보았다.
대상은 방금 다 마신 커피 잔과 커피프레스. (빈 잔이 민망해서 잔이랑 커피프레스에 커피를 그려 넣었음.)
남들 눈에는 별 볼일 없는 그림일 수도 있겠지만, 내 첫 번째 아이패드 그림에 혼자 뿌듯해 하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내 그림이 아직은 별로인 것도 당연지사라 우기면서.)
매일 매일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시간에 감사하며….
부지런히 그림일기를 써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