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프리즘”을 읽고
이 책은 플라톤 아카데미 재단에서 개최한 대중강연 “심리학, 인간을 말하다”의 내용을 엮어 출간한 것이다. 대중 강연을 정리한 것이라 그런지 읽기가 수월하면서도 짧은 글에 엑기스를 담았다. 듣는 이를 배려해 강조점도 친절히 알려준다. 강연자는 국내외의 유명한 심리학자들로, 총 여섯 분이다. 심리학 전공자도 아닌 내가 전에 이 분들 중 세 분의 책을 읽었으니(한 분의 책은 공저), 심리학계에서는 매우 유명한 분들이라고 할 만하다.
책의 내용을 아주 간단히 소개해 보겠다. 먼저 최인철 교수는 좋은 삶에 대하여, 폴 블룸 교수는 공감이 갖는 문제점에 대하여, 최인수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성에 대하여, 김민식 교수는 무의식을 통해 나를 아는 것에 대하여, 마이클 가자니가 교수는 자유의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헤이즐 로즈 마커스 교수는 동서양 문화차이와 그 조화에 대하여 말한다. 모두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이지 않은가?
그 중 내가 충격을 받으며 읽었던 부분은 공감의 문제점에 대해 다룬 폴 블룸 교수의 글이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도 목차에서 ‘아직도 공감을 믿는 당신에게’라는 소제목을 보고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였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공감이란 지능의 한 형태로써 다른 지능과 마찬가지로 선한 일에도 악한 일에도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공감은 오랫동안 우리 삶의 정신적, 심리적, 도덕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여겨져 왔다. 공감 능력이 없는 것이 바로 악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감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초점이 좁다는 것이다. 공감은 편파적이기 쉽고, 수치계산이나 합리적 사고가 필요한 순간에도 이를 무시한다. 그 편파성 때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외부 집단의 고통보다는 자기 집단의 고통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에 따라 인종과 민족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거기에서 잔혹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 집단에 피해자가 있을 경우 복수의 열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감의 문화 보다는 이성의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
가자니가 교수의 자유의지에 관한 글도 추천하고 싶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환상이다. 뇌는 기계적으로 작동하고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개인을 넘어서는 사회적 층위가 있다. 사회적 역학 안에서는 다른 사람 혹은 사회와 계약을 맺는다. 여기에서 책임이 따른다.
즉, 자유의지는 없지만 사회적 차원에서의 책임은 있다는 얘기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책임에 따라 처벌할지, 치료할지, 격리해야할 지가 바로 신경과학의 문제임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최인철 교수님의 “굿 라이프”를 읽었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이 책에 실린 짧은 내용보다 더 깊은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원고지 7.8장)